예전과 다르네… 한은·금감원의 가까워진 공생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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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부쩍 가까워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감독에 관해 금감원과 MOU를 체결한 부분을 법제화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리 인하요구권 현황을 수집하거나,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은 은행을 향후 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조치는 금리와 관련해 한은을 돕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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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금리인하요구권 조사·대출금리 압박 등으로 한은 지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부쩍 가까워졌다. 두 기관은 30년 넘게 검사권한을 두고 충돌해왔다. 애초 은행 검사는 한은이 담당했는데, 이 권한이 금감원으로 넘어갔다. 이후 수세월 간 정책공조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금리 관련 정책에 있어 이창용 한은 총재와 이복현 금감원장의 손발이 맞아떨어지고 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이 원장이 11년 후배다. 기관장으로 다시 만나 윤석열 정부의 금융책사 역할을 맡은 것이다. 이들이 속한 'F4'(Finance4·경제수장 4명을 지칭)는 서로의 정보를 교류하며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가계대출·부동산 정책 등 위기돌파를 위한 숙제를 일관되고 속도감 있게 처리하기 위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금감원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작년 10월 말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금융정보를 공유하기로 양 기관이 협력했다. 세부사항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회도 신설했다. 이후 두 기관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관련 정기보고서뿐만 아니라 개별적으로 입수한 금융정보도 서로 공유하고 있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서다.
정보공유 범위는 법제정을 통해 선명해질 전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감독에 관해 금감원과 MOU를 체결한 부분을 법제화할 수 있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협약을 체결한지 1년도 되지 않아 법제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이는 과거 한은과 금감원의 갈등 관계로 비춰볼 때 상당한 반전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디지털타임스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대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보 교환과 협력은 더 강화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단기 투자 시장의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커졌고,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원팀을 꾸린 덕에 혼란을 줄일 수 있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표적인 서민 금리 정책인 가계부채에 대한 각 부처의 입장을 살펴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어졌고, 금감원은 은행권을 압박해 미세 조정에 나섰다. 지난 4월쯤에는 한은과 금감원이 고정금리 필요성을 보고서나 간담회 등을 통해 강조한 것도 소비자 심리를 자극한 사례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금리가 떨어지지 않을 경우엔 향후 변동금리로 갈아타는 등 보완책까지 염두해 정부부처들이 일관된 행보를 보였다는 일각의 해석도 나온다.
한은과 금감원은 오랫동안 감독권한 싸움으로 부딪혀왔다. 한은은 1990년대 후반부터 일선 은행들을 감독했다. 그러다 정부가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을 합쳐 금감원을 만들고, 여기에 은행감독권한을 넘기면서 두 기관의 다툼이 시작됐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한은의 중앙은행에 대한 권한 강화 필요성이 대두됐다. 한은에게 은행 검사 요청권이 생겼지만 이전처럼 제재는 할 수 없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돈맥경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갈등은 격화했다. 2021년 말 한은 금통위는 금감원 출연금을 100억원 줄여 예산안을 확정했다. 한은의 출연금은 발권력에 기초한 것이라 긴급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 운용해야한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금감원 내부에선 한은의 출연금을 공동검사나 자료 제출요구에 따른 비용으로 봐야한다며 과도한 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금리 인하요구권 현황을 수집하거나, 대출금리를 내리지 않은 은행을 향후 검사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조치는 금리와 관련해 한은을 돕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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