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하 기대 부응… 고용 지표 `촉각`

7월 CPI 전년동월比 2.9% 상승
연간 상승률 2%대 3년 4개월만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향후 발표되는 고용 관련 지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9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폭이 고용 관련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15일 미국 노동부는 7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 2021년 3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시장 예상치를 하회한 CPI와 연준이 밝힌 인플레이션 목표치(2%)에 부합한 수치에 시장의 투자 확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발표되는 고용 관련 지표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전월 대비 0.2% 각각 상승했다. 근원 CPI 연간 상승률은 지난 3월 3.8%를 보인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지속하며 지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앞서 월가와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가 3개월 연속 둔화할 경우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같은 경제 지표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지표도 예상치에 부합했다. 중고차 가격이 지난 6월 전월 대비 1.5% 하락한 데 이어 7월 들어 2.3% 하락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항공료도 7월 들어 전월 대비 1.6% 하락해 6월에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를 견인했다.

다만 부동산 관련 지표가 불안한 상황이다. 전월 대비 주거비 가격 상승률은 0.4%로 소비자물가 상승의 90%를 기여했다.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해 CPI 산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5월과 6월 하락하던 에너지 가격도 지난달 보합세로 돌아섰다.

7월 소비자물가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둔화세 지속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이 금리를 얼마나 내리느냐에 쏠리고 있다.

7월 미국의 경제와 고용 상황이 악화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자 시장은 오는 9월17~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애틀랜타 연은의 래피얼 보스틱 총재도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 냉각 신호가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를 느리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면서 "4분기 전 연준 조치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는 만큼 완전 고용에 대해 신경써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9월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보스틱 총재는 9월 FOMC 회의의 투표권을 갖고 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 모두 오는 9월 연준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인하 폭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렸다.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하)을 예상한 참여자들의 비중이 62.5%로 가장 많았다. 해당 비중은 지난 주 47%에서 크게 늘었다. 당초 미국의 고용 시장 침체로 연준의 '빅컷'을 에상했던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보다 양호한 경기 지표 발표에 예상 인하 폭을 소폭 줄인 것으로 보인다.

빅 스텝(0.5%포인트 인하)을 예상한 비율은 1주일 전 53%에서 이날 37.5%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9월 이후 11월과 12월 연속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봤다.

시장 참여자 전부는 11월 금리가 4.25~5.00%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고, 12월 3,75~4.00%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 비중도 4.8%에 달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한 연말 최소 금리 전망치는 4.50%다.

김남석기자 kn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