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경쟁의 한계, 공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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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경쟁이 제한된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와 사실상 무한경쟁을 허용한 미국과 서구 국가들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 경쟁이 인류 발전을 이끌었음이 명백하다.
우월한 사람이 이뤄낸 성장의 과실을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더 잘살겠다는 노력이 과거에는 선의의 경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경쟁에서 지는 순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생존의 문제로 변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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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독식·생존 문제로 변질
긍정지표에도 행복 못느껴
경쟁보다 공존에 주목하고
AI·환경과도 공생 고민할때
참 살기 좋은 세상이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비행기, KTX, 자동차로 얼마든지 갈 수 있다.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무더위에도 실내에만 들어가면 떨릴 정도의 에어컨 바람이 몸을 식힌다. 먹을 것, 입을 것도 풍족하다 못해 넘쳐난다. 불과 50년, 100년 전만 하더라도 인류가 이처럼 윤택하게 살 수 있을 줄 상상이나 했겠나.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한 구절을 빌리자면 "인류를 이렇게 키운 것은 팔할이 경쟁이다". 더 잘살겠다는 각자의 경쟁이 사회 전체를 성장·발전시켰다. 경쟁이 제한된 러시아를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와 사실상 무한경쟁을 허용한 미국과 서구 국가들의 현재 모습을 비교하면, 경쟁이 인류 발전을 이끌었음이 명백하다.
하지만 근래에는 경쟁을 통한 성장이 한계에 봉착했다. 경쟁은 자유시장경제의 전유물인데,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한 국가들의 성장률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단순히 성장을 멈춘 것뿐만 아니라 성장률과 취업률 등 각종 긍정적 지표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체감하는 삶의 질과 행복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20세기 이전, 더 개척할 땅이 있었고, 더 개발할 자연이 있었고, 더 개선할 비효율이 있었고, 더 발굴할 미지의 기술과 지식이 있었을 때는 경쟁이 성장을 촉진하고 인류가 더 행복해지는 메커니즘이 가동했다. 우월한 사람이 이뤄낸 성장의 과실을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들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개척할 땅도, 더 개발할 자연도, 더 개선할 비효율도 고갈 상태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효용과 만족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승리한 자가 패배한 자의 것을 빼앗아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나만 잘살면 돼'라는 생각으로 경쟁에 임하고, 공정한 게임의 룰은 희미해졌으며, 경쟁에 이긴 사람들에 대한 존경이 사라졌고, 경쟁의 결과는 '승자독식' 형태에 가까워졌다. 더 잘살겠다는 노력이 과거에는 선의의 경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지금은 경쟁에서 지는 순간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길 수 있다는 생존의 문제로 변질됐다. 우수한 인재들이 인문계·공대를 기피한 채 의대에만 매달리고, 회사가 망하든 말든 노조는 당장의 급여와 복지를 챙기고, 사회의 영속성을 외면한 채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현상 등이 구체적인 양상이라 하겠다. 미국·유럽에서도 이민, 세대, 인종, 성별, 난민 등의 문제를 놓고 각종 이기주의와 사회적 갈등이 판치고 있다.
어긋난 경쟁의 행태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행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동족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렇다. 끝내 브렉시트를 단행한 영국이나 '중국몽'을 외치는 중국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근현대를 이끌어온 경쟁의 시대가 제 역할을 다한 듯하다. 다음에 필요한 것은 공존의 시대다. 책 '예정된 전쟁'으로 유명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제 공존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때 대제국의 지위를 누렸던 로마, 오스만튀르크, 대영제국도 이민족·이교도들과 공존할 때 가장 번영했던 역사적 경험이 있다. 혼자 갈 때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
오는 9월 열리는 제25회 세계지식포럼이 '공존'을 주제로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개인 간, 노사 간, 국가 간, 종교 간, 민족 간의 공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인간, 인간과 환경의 공존 또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이진명 지식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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