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도 "맘 편히 푸짐하게 먹자"···가성비 무한리필 열풍

장기화되는 고물가 국면에 각광
대학생 고객층이 주였던 피자몰
가족 동반하는 40대 이상 고객↑
‘떡볶이 뷔페’ 내세워 해외 나가고
소규모 빵·치킨 뷔페 등장하기도

[서울경제]

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통 뷔페 뿐 아니라 피자와 떡볶이 등을 판매하는 무한리필 식당이 ‘가성비 외식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주 이용 고객층도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서 주로 가족과 함께 식당을 찾는 40대 이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뷔페를 앞세워 해외에 진출하는 브랜드도 있는가 하면 치킨이나 빵처럼 낯선 메뉴의 무한리필 방식을 실험하는 지역 소규모 매장들도 등장했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이랜드이츠 피자몰 중 뷔페식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올랐다. 팬데믹이 한창이었던 2022년보다는 40% 상승했다. 평일 점심 기준 1만 2900원의 가격대에 7종 이상의 피자와 샐러드바 메뉴를 제공하는 점이 장기화되는 외식 물가 상승 국면에서 주목받은 결과다. 실제 피자몰에서는 주로 가족 단위로 방문해 외식 물가에 더욱 민감한 40대 이상 고객이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46.8%에 불과했던 피자몰 뷔페 매장의 40대 이상 고객 비중(멤버십 기준)은 매년 증가해 올해 1분기 60.1%를 기록했다. 대학생 고객층을 중심으로 무한리필 식당이 인기를 끌었던 이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회사 관계자는 “피자몰은 여러 이랜드이츠 뷔페 브랜드 중에서도 유독 젊은 층 멤버십 방문객이 많았던 편이지만, 점차 40대 이상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외식 업종들과 달리 유독 뷔페식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통계도 나왔다. 핀테크 기업 핀다가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을 통해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6월 뷔페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0% 증가했다. 전체 외식업 규모가 지난해 이후 사실상 정체된 가운데 독보적인 성장률을 기록한 셈이다. 같은 기간 일식·중식·양식당 매출이 오히려 역성장한 상황과도 대비된다.

이 같은 무한리필 콘셉트가 해외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뷔페식 즉석떡볶이를 표방한 ‘두끼’가 대표적이다. 두끼는 2014년 서울 안암동에서 영업을 시작해 2016년 발빠르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해외에서도 뷔페식 메뉴를 내세워 현재 베트남을 포함해 대만·태국·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미국 등 9개국에 171곳의 매장을 냈다. 이는 2020년 말의 87곳보다 약 2배로 늘어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떡볶이 재료나 소스 등을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해외 시장에서 두끼의 장점 중 하나”라고 꼽았다.

지역 소규모 매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메뉴의 무한리필 방식을 실험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명 ‘빵뷔페’로 불리는 경기 의정부의 삼정제빵소와 일산 에브리데이 크리스마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경기도 부천의 한 BBQ 가맹점은 이 브랜드 최초로 평일 점심 기준 치킨 8000원에 무한리필 메뉴를 내놓기도 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며 많은 소비자가 몰리자 현재 무한리필 운영은 중단된 상태다.

운영사인 제너시스BBQ 관계자는 “현재 수익성을 검토중”이라며 “치킨은 인건비 비중이 높아 오피스 등 상권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