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칼럼] 해악만 큰 건국절 논쟁, 그만 거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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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건대 건국론은 해방 반세기 넘도록 일반국민에겐 별 의식도 되지 않던 사안이다.
해방, 광복, 건국, 독립이 혼용된 한뜻으로 쓰였다.
굳이 구별하자면 해방은 45년 일제의 압제에서 풀려났다는 수동적 의미를, 광복은 나라를 되찾았다는 능동적 의미를, 건국은 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독립은 군정체제 종식까지 포함한 포괄성을 띠는 어감이다.
국민 대부분의 오랜 통념대로 8·15는 해방일, 독립일이고 건국일이자 광복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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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매국노 매도 따위 폭력적 공방
광복은 해방·독립·건국 다 포함된 것
기억건대 건국론은 해방 반세기 넘도록 일반국민에겐 별 의식도 되지 않던 사안이다. 해방, 광복, 건국, 독립이 혼용된 한뜻으로 쓰였다. 굳이 구별하자면 해방은 45년 일제의 압제에서 풀려났다는 수동적 의미를, 광복은 나라를 되찾았다는 능동적 의미를, 건국은 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독립은 군정체제 종식까지 포함한 포괄성을 띠는 어감이다. 크게 보아 광복 테두리 안에 다 녹아든 개념이었다.
2006년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이영훈의 건국절 제안이 새삼스러운 논쟁의 단초를 만들었다. 당시 진보정권하에서 국가정통성 논란의 약세를 뒤집으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여기에 보수우파 진영이 반색하고 진보좌파가 반발하면서 싸움이 시작됐다. 출발부터 이념이 개입하면서 양 진영 간에 사생결단의 승부가 됐다. 애당초 접점 없는 논쟁이란 뜻이다.
사실 이 문제도 대개의 역사해석처럼 사료의 취사선택 영역이다. 상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볼지, 건국의 전 단계로 볼지부터 쉽지 않다. 임정 건국강령이나 제헌헌법 전문 등 상이한 판단이 가능한 사료들이 혼재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계열의 보수우파가 임정 계승을 강조한 반면 진보좌파 진영은 오히려 임정을 평가절하했다. 좌우합작운동의 대표였던 여운형이 조직한 조선건국준비위원회(건준)도 임정의 대한민국 국호를 부정하고 건국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지금의 인식과는 정반대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규정대로 임정역사 폄훼가 반역사적이라면 적어도 이승만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80년대 이후 진보좌파 진영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시비를 걸면서 역사적 사실들마저 꼬였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로까지 제 나라를 부정하는 지경으로 치달았다. 이게 더 개탄스러운 일 아닌가.
시대와 정파, 이념진영에 따른 건국 사관의 전도(顚倒)가 어떻든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는 현대사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일본에 침탈당해 나라 잃은 민족이 됐고 35년 만에 나라를 되찾아 우리 세대는 ‘새 나라의 어린이’로 컸다. 비록 일제 패망이 광복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해도 독립운동의 의미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절망적 상황에서도 빼앗긴 나라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투쟁한 독립운동가들은 그래서 숭고한 존경의 대상이다. 48년 건국론이 독립운동 폄훼라는 건 억지 논리다.
더 기막힌 건 48년 건국론이나 이승만의 건국공로를 수긍하면 친일매국노로 매도하는 어법이다. 이승만의 친일청산 실패를 우리 헌정사의 가장 아픈 대목으로 보는 건 누구나 같다. 부질없지만 그럼에도 따지자면 이승만은 반일 이상의 혐일(嫌日)주의자다. 우악스러운 평화선 설정으로 독도를 영해에 넣고 접근하는 일본인들을 수장시켰는가 하면 지독한 반공주의자인 그가 걸핏하면 “공산당보다 더 나쁜 게 일본놈들”이라고 내뱉었다.
같은 논리라면 우리 정신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일본문화 개방을 국민적 반대에도 감행한 김대중은 친일파란 말인가. 무엇보다 광복 80년이 다 돼 일본이 감히 넘볼 수 없는 나라로 대한민국이 커진 이 시대에 친일매국노가 어디 있으며 친일매국 행위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뭐가 있나. 한국을 여전히 일본보다 열위에 두는 이 시대착오적인 자해적 용어를 더는 쓰지 말기 바란다.
더 길게 얘기할 것도 없다. 건국절 논쟁은 앞서 말했듯 아무 실효성 없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분열적 해악이 너무 크다. 국민 대부분의 오랜 통념대로 8·15는 해방일, 독립일이고 건국일이자 광복절이다. 이 이상 뜻깊은 국경일이 어디 있나. 그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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