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열린 경축식과 퇴진집회…갈라진 독립기념관 찢어진 민심
"광복절에 집회가 맞냐", "뉴라이트 관장 퇴진" 민심 분분
시민들 "분열된 민심 하나 됐으면"
15일 오전 광복절 독립기념관의 표정은 세 갈래로 나뉘었다. 천안시 단독 광복절 경축식과 시민단체의 독립기념관장 퇴진 촉구 집회가 같은 시간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열려 마치 진영싸움처럼 시민들이 두쪽으로 갈라졌고 기념관 방문객들은 분열된 모습에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전 9시. 독립기념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엄숙함과 즐거움이 어우러지는 예년의 광복절과 달랐다. 독립기념관의 아름드리 수목 사이에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줄지어 걸렸고 곳곳에선 민족문제연구소 등 시민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등 야당 당원들이 관장 퇴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선전전을 벌였다.
섭씨 34도가 넘는 불볕 더위에도 독립기념관은 아침부터 광복의 기쁨을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발걸음 이어졌다. 양산, 색안경, 모자를 두른 시민들은 겨레의 탑, 태극기 광장에서 사진을 찍으며 기념관을 거닐었다.
오전 10시. 독립기념관 겨레의집에서는 천안시의 광복절 경축식이 진행됐다. 경축식에는 박상돈 천안시장과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천안시청 간부 공무원, 독립유공자 및 유가족 등이 참석했다. 보훈단체 중에서는 윤석구 광복회 천안시지회장이 자리했다. 경축식은 천안시가 마련한 의자 300여석이 가득 찼으며 서서 참석한 이들도 100여 명 정도 있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행금 천안시의장은 불참했다.
독립기념관이 경축식 행사를 취소하자 천안시는 지난 13일 독립기념관에 자체적인 경축식 개최 의사를 전달했고 14일 경축식 단독개최를 발표했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단절될 뻔한 독립기념관의 광복절 경축식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냈다. 박 시장은 "광복절 기념식을 천안시가 주최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라며 "광복절의 의미와 정통성, 천안시의 역사적 배경, 독립운동가의 숭고한 애국정신, 그리고 시민 여러분의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천안시 주관의 기념식만이라도 거행하는 것이 옳겠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다 함께 포용하는 마음을 갖고 지역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솔선수범할 것을 다짐하자"고 말했다.
경축식이 열리던 같은 시각 독립기념관 분수광장에서는 시민단체들이 규합한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기념관장 퇴진 촉구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문진석·이재관·이정문 천안 지역구 민주당 국회의원과 강훈식·박수현·복기왕 등 충청권 민주당 국회의원,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 정의당, 진보당, 시민단체 회원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문진석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은 "광복절 행사를 함께 경축하지 못하고 규탄대회로 치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추악한 전쟁을 멈추고 김형석 관장을 즉각 사퇴시켜라. 김 관장이 사퇴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를 마친 범시민대책위는 선전전을 이어갔다.
독립기념관 안에서 동시에 열린 두 행사를 목격한 민심도 갈래가 졌다. 천안에 사는 최 모씨(83)는 규탄집회를 가리키며 "난 이런 것 싫다. 광복절에 독립기념관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사람들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냐"고 비판했다. 옆에 있던 최 씨의 부인은 "조용하라"며 최씨의 소매를 끌었다. 반면, 심 모씨(42)는 "독립으로 하나가 돼야 할 나라가 쪼개진 것이 참담하다"며 "뉴라이트 인사를 무리해서 임명한 의도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분열된 민심이 안타까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최창영 씨(72)는 "매년 광복절마다 독립기념관에 온다. 광복을 축하하려 왔는데 참 마음이 안 좋다"며 "분열된 민심이 하나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이종길 씨(70)는 "광복절마다 독립기념관까지 라이딩을 하는데 오늘은 너무 어수선하다"며 "각자 의견은 다르지만 독립기념관 안에선 화합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충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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