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절에 ‘망신살’[종합]

이다원 기자 2024. 8. 15.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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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중계석’ 한 장면.



공영방송 KBS가 광복절에 망신살이 단단히 뻗쳤다. 15일 0시를 기점해 기미가요가 담긴 오페라를 방송하는가 하면, 태극기를 거꾸로 송출하고 이승만 전 대통령 미화 다큐멘터리를 편성하는 등 오판을 계속 범하다 결국 전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다.

KBS1 ‘KBS 중계석’이 그 시작이었다. 15일 자정 ‘KBS 중계석’에선 19세기 일본 게이샤와 미국 해군 중위의 사랑을 다룬 ‘나비부인’을 방송했다.

방송 직후 많은 이가 분노를 터뜨렸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기모노를 입고 등장하는데다, 중간에 기미가요가 연주되는데 광복절 당일 편성됐다는 것에 비난이 쏟아졌다. KBS 시청자청원 게시판엔 “이게 제정신으로 한 편성이 맞습니까?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힙니다”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대중의 실망감을 대신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5시 기준 13933명이 동의하며 KBS의 상식 밖 행동을 지탄했다.

KBS ‘930뉴스’ 한 장면.



이뿐만 아니다. 이날 오전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 생중계 직전 날씨 예보에서 기상캐스터가 서울의 날씨를 소개하는 중 화면 왼쪽에는 한 손에 태극기를 든 캐릭터의 모습이 등장했는데 태극기의 건곤감리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 일명 ‘거꾸로 태극기’라며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에 분개하는 반응들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앞으로 수신료를 내지 말자는 강경한 댓글들도 이어졌다.

결국 KBS가 고개를 숙였다. KBS 측은 ‘나비부인’ 송출에 대해 “오페라 ‘나비부인’은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의 작품으로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와 일본인 여자의 비극적 사랑을 그리고 있는데, 극중 주인공 남녀의 결혼식 장면에서 미국국가와 일본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된다. 당초 6월 29일에 공연이 녹화됐고, 7월 말에 방송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중계로 뒤로 밀리면서 광복절 새벽에 방송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뀐 일정을 고려하여 방송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시의성은 적절한지 정확히 확인, 검토하지 못한 제작진의 불찰로 뜻깊은 광복절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방송 경위를 진상 조사해 합당한 책임을 묻는 등 제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오늘 밤 방송 예정이었던 ‘나비부인’ 2부 역시 다른 공연 방송으로 대체한다고 전했다.

KBS1 ‘나비부인’의 한 장면. 온라인 커뮤니티



또한 ‘거꾸로 태극기’에 대해서도 “오늘 오전 ‘930뉴스’의 기상캐스터 출연 코너에서 태극기의 좌우가 반전돼 나가는 실수가 있었다. 인물이 태극기를 들고 있는 장면에 맞추기 위해 제작자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태극기 그림을 반전시킨 결과”라며 “KBS는 문제를 확인한 즉시 태극기 이미지를 수정했으며, 뉴스홈페이지에서도 수정한 동영상을 다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실수에 대해 KBS는 “이번 실수와 관련해 KBS는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또 다시 사과했다.

그러나 민심은 여전히 싸늘하다. 게다가 이날 KBS1 ‘독립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 정권을 미화한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도 예고돼 있어,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기적의 시작’은 대한민국 건국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3·15부정선거나 4·19혁명이 그가 아닌 사람들의 잘못으로 벌어진 것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앞서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다가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 등의 이유로 불인정 판단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프로그램인 ‘독립영화관’을 하루 전인 광복절에 굳이 추가 편성해 ‘기적의 시작’을 방송하는 셈이다.

광복절 하루 내내 망신을 당하고 사과를 거듭하는 KBS가 ‘역사 왜곡’ 의혹을 어떻게 깨끗하게 지울 수 있을지 그 입에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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