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복·김환기·서세옥 그림, 빛으로 부활한다
간송 소장품 몰입형으로 변신
김환기 추상은 DDP외벽에
프리즈 서울선 서세옥 수묵을
아들 서도호가 영상으로 재해석
어두운 전시장을 해원 신윤복의 화첩 속 인물이 환하게 채운다. 5월 단오를 맞아 멱을 감는 여인들 위로 화사한 붉은 치마를 입은 기생의 그네가 경쾌하게 널을 뛴다. 훔쳐보는 승려들의 표정이 익살맞다. 국보인 '혜원전신첩'에 수록된 30점의 그림 중 가장 유명한 '단오풍정'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생한 영상으로 구현된 것이다. 간송(澗松)의 보물들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관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나들이를 나왔다.
키아프와 프리즈가 열리는 9월을 앞두고 거장들의 회화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부활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컬렉션과 김환기의 추상화, 서세옥의 수묵 추상이 미디어아트로 재해석되는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간송미술관의 소장품을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선보이는 전시가 처음으로 열린다. 8월 15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는 국보·보물 등 대표작 99점을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인다. 8개의 대형 전시실과 체험존으로 구성된 1462㎡(411평) 공간에 빛, 소리, 냄새, 질감까지 구현하는 기술을 총동원했다. '미인도' 전시장에서는 조향사가 만든 여인의 신비로움을 표현한 향기도 경험할 수 있다. 영화 감독뿐 아니라 김기라, 김수진, 진달래&박우혁 등 쟁쟁한 미디어 작가도 작업에 참여했다.
'훈민정음 해례본', 혜원의 '미인도', 겸재 정선 '금강내산(金剛內山)' 등 대표작이 포함됐고 키네틱아트, 모션그래픽, 라이다 센서 등의 다양한 기술을 도입해 관람객의 체험도 가능하도록 전시를 꾸몄다.
몰입형 미술 전시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운데, 상업적인 전시가 또 하나 늘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것은 간송 전형필의 문화보국(文化保國) 정신의 실천"이라고 설명했다. 성인 입장료는 2만원.
간송이 내부를 책임진다면, DDP의 223m에 달하는 거대한 외벽을 책임지는 건 김환기(1913~1974)다. 미겔 슈발리에, 레픽 아나돌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매년 참여했던 미디어파사드 '서울라이트 DDP'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것이다. 김환기의 전면점화 등 대표작 9점이 미디어파사트로 재해석돼 서울의 밤을 화려한 빛으로 물들인다. 지난해 116만명이 찾았던 이 이벤트는 올해도 구름 관중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29일을 시작으로 9월 8일까지 11일간 매일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진행된다.
코엑스에는 수묵의 거장 서세옥 작가(1929~2020)가 출전한다. LG전자는 9월 4~7일 프리즈 서울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여는데, 서세옥 화백의 두 아들이 참여한다. 미술작가 서도호가 미디어아트를 만들고, 건축가 서을호가 전시 공간을 꾸미는 3부자의 합작 프로젝트다.
올해 2년째 프리즈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LG전자는 자사의 투명 OLED TV를 통해 영상 작품을 전시한다. 초대형 미디어월을 통해서는 서세옥 화백의 육성과 생전 작업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서도호 작가는 "아버지는 수묵화의 여백을 무한한 우주 공간처럼 느낀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투명한 스크린을 보고 난생 처음 캔버스 뒤쪽의 공간을 보며 3차원으로 확장되는 듯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LG전자 오혜원 HE브랜드커뮤니케이션 담당은 "미술관 전시를 협업하면서 기술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승화시키는 작가를 늘 찾아왔다. 서세옥의 수묵 추상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LG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OLED 디스플레이를 활용하는 '아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후원에 이어 현대차와 10년 후원 계약이 종료되면서 '메세나(문화예술 후원)'가 절실하던 국립현대미술관에도 '구원투수'로 나섰다. 향후 3년간 서울관의 층고 16m 서울박스에서 열리는 'MMCA X LG OLED' 시리즈의 전시 후원 및 기술적 지원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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