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장` 된 광복절 경축식… 野·광복회 `보이콧`

공식 기념식, 야권 대부분 불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제79주년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효창공원 내 임정요인·삼의사·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참배한 뒤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 주최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5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연합뉴스>

결국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화합의 장이 아닌 분열의 장이 됐다. 정부는 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식 경축식을 거행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광복회 등은 같은 시간 경축식에 불참하고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이 부른 분열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권과 비판세력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내놨고, 광복회와 야권 측에서는 대통령 퇴진 발언까지 나왔다.

정부가 이날 연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는 독립유공자 유족과 국가 주요 인사, 주한 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와 시민, 학생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등 여당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야권에서는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외에 모두 불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사이비 지식인과 선동가들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며 "이들은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동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야권과 비판세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광복회와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등은 자체 광복절 기념식을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가졌다. 광복회원과 독립운동가 유족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인사 100여명도 정부 경축식 대신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 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판치며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우리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의 일환으로 광복회원들의 결기를 보여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에 이어 축사를 한 김갑년 교수(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는 "대통령은 건국절 논란에 먹고 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했다. 이것도 똑같이 되묻겠다. 누가 건국절 논쟁을 야기시켰느냐"며 지금까지 친일 편향의 국정기조를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옳은 길을 선택해달라. 그것이 후손들과 국민 모두가 사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효창공원 내 독립운동가 묘역을 참배했으며,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정권 굴종 외교 규탄' 회견을 열어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 주최 기념식에 불참하고, 대신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독립선열을 참배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친일몰이' '역사 팔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음모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순국 선열에게 사죄하라"고 말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