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늦게까지 고민'…광복절 경축식 불참한 우원식, 복잡했던 속내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정부가 주최하는 '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권에서 비판이 잇따랐다. 독립유공자 후손인 우 의장은 정부의 친일 역사관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과 국회의장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특히 경축식 불참이 향후 여야 중재자 역할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지난 14일 오후 11시11분쯤 입장문을 내고 "유감스럽지만 국민께서 염려하고 광복회가 불참하는 광복절 경축식은 인정할 수 없다"며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 국가행사에 입법부 수장이 참석할 수 없게 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입장문을 내기까지 국회의장실과 공관을 오가며 참모진과 잇단 회의를 갖고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했던 일이 과거엔 없었던 만큼 각계 의견도 수렴하며 신중히 결정했다"고 했다.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한 것은 박병석 전 의장이 2021년 순방과 겹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했던 것을 제외하고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의열단원으로 활동한 독립유공자 김한 선생의 외손자인 우 의장은 '뉴라이트'(신보수주의) 논란의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과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등에서 나타난 정부의 역사관 논란에 대한 문제의식은 확고했다고 한다. 그는 여천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내며 2021년 홍범도 장군 유해 봉환에 참여했고 민주유공자법을 대표발의하며 법안 통과에 앞장서기도 했다.
다만 우 의장은 국회의장이 경축식에 불참하는 게 자칫 국론 분열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일까 걱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우려에 김 관장 임명 등에 항의하며 독립운동단체들이 별도로 주최하고 민주당 등 야당에서 대거 참석한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할지 여부는 고려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결국 1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독립 선열을 참배하고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오찬을 갖는 등 별도 일정을 소화했다.
우 의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우 의장이) 여야 대치가 첨예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며 "경축식 불참을 빌미로 '국회의장이 중립 의무를 어겼다'거나 '국회의장은 민주당 편'이라는 공격을 받고, 중재를 시도할 명분을 잃을까 고민이 많았던 듯하다"고 했다.
우 의장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시작된 원 구성 협상에서부터 여야 합의를 강조해 왔다. '국회의장은 여도 야도 아닌 국민의 편'이라는 말을 숱하게 했다. 물밑에서는 여야는 물론 대통령실과도 개헌 등을 두고 협의 물꼬를 트기 위해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에는 야권이 방송4법 처리를 강행하려 하자 중재에 나서면서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일부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우 의장은) 국회의장으로서의 여야 중재 등 역할은 앞으로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라며 "광복절 경축식 불참은 의장이 처한 상황과 본인의 역사적 배경 등을 종합해서 내린 판단이기 때문에 별개로 봐야 한다. (경축식 불참이) 향후 국회의장 업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장의 불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 불참에 대해 "광복절은 우리 국민 모두의 축하할 만한 정치 행사"라며 "여기 오셔서 (이견을) 말씀하실 수도 있는데 불참하면서 마치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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