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처음' 두 동강 난 광복절···여 "정치선동" 야 "역사 쿠데타"

김성은 기자, 안채원 기자, 박상곤 기자, 이승주 기자 2024. 8. 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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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의 노래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8.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8·15 광복절 기념 행사가 해방 이후 처음으로 둘로 나뉘어 치러졌다.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다. 야당은 물론 국회의장마저 정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여당은 "정치선동"이라 비판했다. 야당은 "역사 쿠데타를 막아내겠다"고 맞섰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새로운미래 등 6개 야당 의원들은 이날 정부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개혁신당은 허은아 대표만 참석하고 대다수 의원들이 참석치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이날 행사에 불참했다. 우 의장은 전날 밤 "광복절을 두고 국론이 분열돼 경축식 참석 여부를 고심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독립운동을 왜곡하고 역사를 폄훼하는 광복절 경축식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은 '개별 의원' 자격으로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이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 마련한 광복절 기념식장을 향했다. 광복회 등 단체가 정부 차원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고 기념식을 별도로 연 것은 1965년 광복회 창설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 없다"며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데 독립 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광복회와 야권은 지난 8일 취임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과거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은 일본 신민이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것과 '1948년 건국절'을 주장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김 관장 임명 철회를 촉구해왔다.

논란이 커지자 김 관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일제강점기 때 국적은 일본이다. 그래서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게 아닌가'라고 답변했던 것을 두고 (본인을) 일제 식민 지배를 동조하는 친일파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며 "사퇴 의사는 없다"고 했다. 김 관장은 또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과 미군정으로부터 해방돼 자주적인 독립을 한 것 둘 다 중요하지만 1945년 일제로부터의 해방이 더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고 했다.

김 관장이 직접 논란 진화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갈등은 잦아들지 않았다. 지난해 여야가 백선엽 장군 친일파 논란,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이전하는 문제 등을 놓고 대치했던 데 이어 역사관 문제를 두고 또 다시 강하게 대립한 것으로 풀이됐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이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 주최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24.08.15.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여야는 각기 다른 장소에서 광복절을 기념하게 된 사상 초유의 일을 두고 서로에게 책임을 돌렸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경축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은 우리 국민 모두가 축하할 만한 정치행사"라며 "인사에 대해선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행사에) 불참하면서 이렇게 나라가 갈라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너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우 의장과 야권을 향해 "광복 의미를 퇴색시키는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라며 "특히 누구보다 국민 통합에 앞장서야 할 우원식 국회의장의 불참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그동안 국회 운영도 민주당에 편향되고 의회 민주주의를 훼손했는데 모두가 함께해야 할 국가적 행사에까지 불참하는 부적절한 처사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민주당 등 야당 역시 나라의 빛을 되찾은 기쁜 날인 오늘까지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에 여념 없다"고 했다.

반면 박찬대 대행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친일·반민족 윤석열 정권 규탄 성명문을 내고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 일본군 위안부, 사도광산 문제까지 일본이 원하는 모든 것을 내주었다"고 했다. 이어 "불의한 정권의 역사 쿠데타를 반드시 막아내고 역사 정의를 바르게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광복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친일, 종일, 부일, 숭일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은 친일 밀정 정권 축출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당 대표로서 정부 행사에 꼭 참석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오늘 광복절 경축식 맨 앞 줄에 앉아 있었다"면서도 "대통령이 작년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분명한 확인 앞에 암담할 따름"이라고 했다.

일부 야권 의원들은 이날 일본에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이재강·임미애 민주당 의원, 김준형·이해민 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사도광산 진실수호 대한민국 국회의원 방일단'을 구성해 일본으로 출국하면서 "강제징용의 역사가 남아있는 사도광산 현장을 방문해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넋을 추도하고 일본 정부가 왜곡시키고 있는 역사의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시되는 전시장 이전과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명단 공개를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광복절 경축식이 '반쪽 행사'라는 지적이 나온데 대해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이 아니다"라며 "오늘 독립유공자 유족 등 국민 2000여명이 참석해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함께 했고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가 공식 행사다. 특정 단체가 인사 불만을 핑계로 해서 빠졌다고 해서 광복절 행사가 훼손된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국민이 광복의 기쁨을 나눠야 할 광복절에 친일 프레임을 덧씌우고 이를 틈 타 국민 분열을 꾀하는 정치권의 행태 역시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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