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정상에서 발견된 의문의 '바위글씨'···100년 만에 드러난 '독립 염원'이었다

사진 제공=국립공원공단

[서울경제]

“오랑캐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지리산국립공원 최고봉인 천왕봉 아래 바위에 일제를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새긴 바위글씨가 발견됐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13일 천왕봉 바로 아래 바위에 적힌 글씨 전문 촬영본을 공개했다. 이 바위글씨는 권상순 의병장 후손이 2021년도 9월에 발견하고 국립공원공단에 지난해 11월에 조사를 요청해 확인된 것이다.

국립공원공단 연구진이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기초조사를 한 결과, 자연석 바위에 전체 폭 4.2m, 높이 1.9m의 크기로 392여자가 새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국립공원에서 확인된 194개의 근대 이전 바위글씨 중 가장 높은 지대(해발고도 1900m대)에 위치해 있고 글자 수도 가장 많다고 공단은 설명했다.

발견 당시 바위글씨의 글자가 마모돼 전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연구진은 최석기 한국선비문화연구원 부원장과 한학자 이창호 선생에게 의뢰를 맡겼다. 이들이 판독한 결과, 이 글씨는 구한말 문인 묵희가 지은 것으로 1924년 지리산 천왕봉 밑의 바위에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 묵희가 지은 글을 직접 쓴 사람은 권륜으로 파악됐다. 묵희는 글 말미에 자신을 ‘나라 잃은 유민’이라고 표현했다.

바위글씨를 번역한 최 부원장은 "천왕(天王)을 상징하는 지리산 천왕봉의 위엄을 빌려 오랑캐(일제)를 물리쳐 밝고 빛나는 세상이 오기를 갈망하면서 나라를 빼앗긴 울분을 비분강개한 어조로 토로한 것이 석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이사장은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 정상에서 일제에 대항한 의병과 관련된 바위글씨가 발견돼 지리산 인문학과 지역학 연구에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