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에 더 진심` 구글, 칼 가는 애플…`AI폰` 더 뜨거워진다

구글 '픽셀9'. 구글 블로그 갈무리

구글이 인공지능(AI)을 강화한 '픽셀9' 시리즈를 공개했다. 검색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보유한 구글은 그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영향력이 미미했지만, AI를 무기로 내세운 스마트폰 신작으로 삼성, 애플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인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본사가 있는 미국 마운틴뷰에서 '메이드 바이 구글' 행사를 열고, 신형 스마트폰 '픽셀9'을 공개했다. 픽셀9은 기본형과 프로, 프로XL, 폴더블폰 프로 폴드 등 4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매년 10월 신형폰을 공개했던 구글은 올해는 애플 '아이폰16'이 공개되는 9월보다 한 달 빠른 8월로 시기를 당겼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AI 폴더블폰 '갤럭시Z6' 시리즈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신작이 출시되는 틈새 기간을 노린 셈이다.

픽셀9은 구글이 개발한 최신 '텐서 G4'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화면 크기는 6.3인치로 늘어났고, 전면 카메라에 자동 초점 기능을 추가해 셀카(셀프카메라)를 더 잘 찍을 수 있게 했다. 12GB로 램(RAM) 용량을 늘려 AI '제미나이' 통합 기능 처리를 원활하게 한다. 사진 기능에는 두 사진을 혼합할 수 있는 '애드 미', AI로 이미지를 편집하는 '매직 에디터', 텍스트 기반 이미지 배경을 변경할 수 있는 '리매진' 등을 탑재했다. 공식 출시일은 오는 22일며, 가격은 전작보다 100달러(약 13만6000원) 비싼 799달러(약109만원)부터 시작한다.

구글은 음성 AI 비서 '제미나 라이브'를 픽셀폰 등 안드로이드에 탑재하면서 AI 기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언제 어디서나 묻고 답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안드로이드폰에서 월 19.99달러(약 2만7000원) 구독 서비스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출시된다. 10개의 음성 중 선택해 응답할 수 있는데, 긴 대화를 나눌 때 유용하다고 구글 측은 밝혔다. 가령 제미나이 라이브로 면접 전에 채용 관리자와 대화하듯 연습할 수 있는 식이다. 메모나 업무 관리 등 구글 앱, 도구와도 결합해 기능이 확대된다.

이는 애플의 '애플 인텔리전스' 탑재 전 미리 AI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당초 9월 '아이폰16'을 공개하면서 자사 AI 기술 '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계획이 지연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글의 AI 시장 선점 활동이 빨라질 전망이다. 애플은 자사 비서 서비스 '시리'에 'GPT-4o'를 결합해 기능을 향상할 계획으로, 오픈AI와 손잡으면서 시장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I폰 강자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지난 1월 AI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공개한 이후 지난 7월에는 AI 폴더블폰을 출시하면서 AI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갤럭시 언팩 2024' 행사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갤럭시 AI 적용 제품군을 연말까지 2억대로 늘린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글로벌 AI폰 시장 점유율 36%로 1위를 차지했다. 샤오미가 22%, 화웨이는 13%로 뒤를 이었다. 구글 픽셀폰과 애플 아이폰16 시리즈가 AI폰 대열에 합류하면 AI폰 시장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마케터(Emarketer) 그레이스 하몬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AI 계획은 구글의 비전에 비해 여전히 불투명하며, 구글은 안드로이드 기반으로 더 광범위하게 AI를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은 픽셀9 시리즈외에도 스마트워치 픽셀 워치3와 무선 이어폰 픽셀 버즈 프로2 등도 선보였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