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평론가들 "광복회 `48년 건국 발언`이 뉴라이트? 그럼 김대중·노무현도 뉴라이트인가? 황당"
1998년 DJ "건국 50년" 2003년 盧 "해방 3년후 공화국세워" 광복절 경축사 발언
강사빈 前부대변인도 "DJ·盧 뉴라이트? 손가락질해도 대한민국 생일 축하"
이종찬(88) 회장의 광복회가 1948년 8월15일 대한민국 건국을 부정하며 '친일·뉴라이트 몰이'로 반론을 차단하자, 청년 보수평론가들로부터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임기 중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민주공화국 건국을 전제한 발언을 한 고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도 뉴라이트에 해당되느냐는 반론이 잇따랐다.
정치컨설턴트인 윤주진(38) 퍼블리커스 대표는 15일 페이스북에 광복회의 '뉴라이트 판별 기준 9가지'를 조목조목 반박한 글을 올렸다. 첫째로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하는 자나 단체', 둘째로 '1948년(8월15일 정부 수립)을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란 항목에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건국대통령이 아니면 도대체 누가 건국대통령인가. '1948년 건국이 아니기 때문에 건국대통령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승만 대통령은 상하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광복회 논리라면) 임시정부를 세운 우리 독립운동가와 임시정부 법통 계승을 주장하는 이들이 바로 뉴라이트가 되는 거다. 광복회는 뉴라이트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김 전 대통령의 1998년 광복절 경축사 중 "대한민국 건국(이후) 50년사는 우리에게 영광과 오욕이 함께했던 파란의 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3년 광복절 경축사 중 "58년 전 오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됐다…(중략)…그로부터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라는 대목을 소개했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은 '해방 3년 후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는 대목에 이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건설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이러한 해방과 건국의 역사 위에서, 자유를 누리며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건국'을 재차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첫번째·두번째 배출한 대통령 모두 임기 중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5년 해방, 1948년 건국을 전제했던 것이다. 윤주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바로 뉴라이트가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뉴라이트 정당인가"라고 되물었다.
광복회가 셋째로 지목한 '일제강점기 우리 국적을 일본이라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에 관해선 "1910~1945년 전 세계 주요국은 국제법상으로나 현실적으로 조선 민족을 일본 국적으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당시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모든 국가가 뉴라이트가 되는 것"이라며 "(식민지배는) 절대 반복돼선 안 될 치욕적이고 슬픈 역사임에 틀림없다. 일본의 식민통치는 당연히 불법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당시 조선민족은 어쩔 수 없이 일본 외무성이 발급한 여권을 사용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종찬 광복회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 국적은 일본이었다'는 답변을 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언급에 대해선 "어리석은 답변"이라며 "훨씬 더 세련된, 국민 상식에 부합하는 방식의 답변을 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넷째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훼하고 임의단체로 깎아내리는 자나 단체' 역시 뉴라이트란 주장엔 "일단 현 시대에 임시정부를 비판하는 사람 자체는 본 적도 없고 존재한 적도 없다"고 했다. 여야를 통틀어 독립운동 당위를 부정한 이가 없단 것이다.
윤 대표는 "오히려 일제강점기 시대 당시 임시정부는 (좌우 이념 또는 투쟁 노선을 놓고) 수많은 갈등과 분열에 휩싸였었다. 대표적으로 신채호 선생부터가 임시정부와 충돌을 빚었다"며 "임시정부 부정 세력은 현 시대에 존재하지 않는데, 굳이 저 기준을 적용하자면 임시정부에 비판적이던 당시 시대의 독립운동가들도 뉴라이트가 된다는 말인가. 활당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다섯째 '식민사관이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은연중 주장하는 자나 단체' 낙인엔 "전형적인 오류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사회에서 (근대화 체제로) 일어난 여러가지 변화, 조선 민족의 새로운 문물에 대한 경험은 그 자체로 사실이다. 이를 입증하는 수치와 기록은 아주 분명하게 남아 있다. 저 당시에 일어난 '현상' 자체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일본의 식민통치를 미화하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여섯·일곱째 '일제강점기 곡물수탈을 수출이라고 미화하는 자', '위안부나 징용을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는 자나 단체' 기준엔 제도권과 거리가 먼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구체적으론 "일제의 곡물 수탈과 위안부·강제 징용은 이미 확실히 입증된 역사적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저런 주장을 하는 사람 자체가 한줌도 안 되는 극소수"라며 "북한의 '3대 세습'을 미화하며 '북한 주민에게도 나름대로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 정도의 규모가 아닐까"라고 빗댔다. '독도를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란 여덟번째 기준에 대해서도 "'제주도가 한국땅이라고 할 근거가 약하다'고 주장하는 자나 단체 정도의 숫자로 볼 수 있을 듯하다"고 꼬집었다.
윤 대표는 아홉번째 '뉴라이트에 협조, 동조, 협력하는 자나 단체'란 기준에 대해선 "클라이막스 부분이다. '뉴라이트를 지지하는 것이 뉴라이트의 정의(定義)'라고 한다"며 "이 아홉가지 판별 기준이란 게 얼마나 엉뚱한지 극적으로 보여주는 마지막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치킨'은 무엇인가? '치킨과 유사한 것이 치킨'이라고 하는 수준의 설명"이라고 비교했다. 윤 대표는 20대 시절 청년보수단체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을 역임했고, 옛 자유한국당 상근부대변인을 지냈으며 방송 평론활동을 이어왔다.
같은 날 강사빈(23)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때 아닌 '뉴라이트 몰이'가 시작됐다. 광복회에서 9대 뉴라이트 정의라며 올린 글을 보니 국경일에 국론분열에 앞장서는 건 아닌지 심히 개탄스럽다"며 "단순히 뉴라이트란 프레임으로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화합과 통합을 보여줘도 모자를 광복절을 정치 한복판으로 끌고 들어온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광복회를 비판했다. 광복회는 야당과 함께 이날 정부 주관 광복절 경축식을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어 반(反)정부 목소리를 냈다.
강사빈 전 부대변인은 "이승만 박사가 건국대통령이 아니면 대체 누가 건국대통령인가. 심지어 이승만 박사는 임정 시기 주도적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분"이라며 "1948년 자유대한민국이 건국됐으며 저는 매년 이날, 대한민국의 생일을 축하하는 글을 올렸다"고 밝혔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1948년 건국을 언급했다"며 "제가 1948년 건국이라 생각한다고 뉴라이트라면 두 전 대통령 모두 뉴라이트인 것이다. 손가락질당해도 이 말은 하겠다. 오늘, 대한민국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전 부대변인은 최연소 국회의원 출마, 평론·언론활동 외 자력으로 사단법인 한국역사진흥원을 세운 이력이 있다. 한편 이종찬 광복회장은 이날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별도로 주관한 광복절 79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로 "망령처럼 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한다"고 비난했다. '1948년 건국절은 식민지배 합법화'란 취지의 강연도 이어졌고, 참석자들은 축사 도중 '윤석열 탄핵' '대한독립 만세'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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