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언급 없는 윤 대통령의 ‘이상한’ 광복절 경축사…일본은 방위상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정희완 기자 2024. 8. 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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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
일본 식민지배 지적 등 발언 없어
일본과 관계 의식해 역사 문제 외면
일본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행 지속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의 식민지배 등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패전일을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했다. 현직 일본 방위상은 3년 만에 처음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했다. 한국이 일본과 관계 개선에만 몰두해 역사 문제를 외면하는 동안 일본은 왜곡된 역사 인식을 더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라는 단어는 단 두차례만 등장했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달러를 기록했다”는 부분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그간 자유 가치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튼튼히 해오면서 일본과 대등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는 함의가 있다”라며 “한·일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복절을 기념하는 자리인데도 식민지배에 따른 우리 민족의 고난과 일본을 향한 비판 및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요구 등은 기념사에 한 줄도 담기지 않았다. 내용만 봐서는 광복절 경축사인지 알 수도 없을 정도다. 당장 최근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문제도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이 사도광산 전시물에 조선인 ‘강제노역’을 명시하지 않았음에도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줬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이 역사 문제를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로 여기고 회피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취임 이후 두 차례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과거사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 규정하면서 한·미·일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 경축사에서도 “과거 우리의 자유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서 정치적 지배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대상이었던 일본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며 일본과의 관계 회복 의지만 내비쳤다.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15일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행태는 오히려 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날 패전일을 맞아 과거 전쟁의 책임을 부정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개최한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 당시 가해 사실이나 반성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은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했다. 2020년 이후 5년 연속으로 일본 패전일에 현직 각료가 신사를 참배한 것이다.

특히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한국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방위상이 패전일 전후 신사를 참배한 건 2021년 8월 이후 3년 만이다. 방위상은 일본의 방위안보를 책임지는 자리로, 그의 신사 참배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외교부·국방부는 “시대착오적인 행위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별도의 입장을 내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와 방위주재관을 각각 초치해 항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일본의 퇴행에 대해 침묵하는 상황에서 일본이 정부 이 같은 대응에 얼마나 무게를 둘지는 의문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사죄한다는 역사 인식을 가진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과거사 문제보다 미래를 본다는 입장이어서 앞으로도 과거사 문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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