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게 상급지로 갈아타려면 … '내집 비싸게 팔자' 욕심 버리세요

상급지 가격 상승폭
하급지보다 훨씬 커
대출이자 등 따져봐야

한동안 침체를 면치 못하던 부동산 시장이 서울 지역 전세가 고공행진을 시발점으로 매매값을 끌어올리며 상승세로 전환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까지도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본격적인 반등세로 돌아설 거라는 예고마저 쏟아진다.

전문가들의 전망뿐 아니라 시장흐름 속에서도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수도권 역시 매매 문의가 급증하고 급매물이 소진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매도인 우위시장으로의 순환을 예고하고 있다.

과도기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역시 갈아타기 흐름이다.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해보겠다고 빈 땅마다 공급을 늘려온 정부 전략도 결국 계급표까지 만들어가며 상급지 주택으로의 이전을 꿈꾸는 국민의 열망을 불식시키지는 못한 것이다.

그러나 갈아타기를 시도하는 이들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모두가 항상 축배만 드는 것은 아니다. 각종 투자 카페나 유튜브 채널에서 부동산 투자와 갈아타기의 성공담을 풀어놓다 보니, 덩달아 현실을 갈아타고 싶은 마음에 섣부른 결정을 하는 이들이 많지만, 모든 부동산 거래와 투자에는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좀 더 빨리, 좀 더 좋은 조건을 선점하고 싶다는 욕망이 앞서더라도 철저한 계산과 꼼꼼한 체크가 필수다. 아쉬움을 들이켜야 했던 거래 현장 사례를 통해 갈아타기의 교통 신호등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20년 차 구축아파트 중형 평형에서 입주 시부터 거주하던 60대 S씨는 지인과 자식들의 권유 끝에 그간 모아둔 돈을 보태 역세권 신축으로 갈아타기를 결정했다.

무슨 일이든 결정하기까지가 힘들지, 한 번 결심을 굳히고 나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S씨는 중개사무소에 거의 매일 방문해 매도를 재촉했다. 그러나 저층인 데다 수리가 안 된 상태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없었지만 가격을 내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옮겨 가고자 하는 위치의 물건으로 갈아타려면 최소한 그 정도는 받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 S씨의 지론이었다.

결국 기회가 왔다. 당시 수도권 전역 집값이 연일 상승하던 시기였고 그 덕분에 매물 부족 현상까지 더해진 터라 구축 저층 좀 빠진 매물이던 S씨 집도 그 시기 최고가에 매도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계약을 체결하기 전 옮겨 가고자 하는 지역의 시세를 설명해주며, 이 집을 원하는 금액으로 팔 수 있게 된 것은 상급지인 이사 갈 곳의 물건이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인 것을 비교 분석해주며, 그래도 매도를 진행할 것인지를 재차 물었다. S씨는 일단 원하는 금액대에 매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였는지 흔쾌히 수락하였다.

그러나 일주일 후 상황이 돌변하였다. 퇴직을 앞둔 남편이 집값 차액을 대출로 충당해 매수하면 그 이자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흔든 것이다. 당시 금리가 최고점을 향해 치닫던 시기였다. 결국 3일 밤을 지새우던 S씨는 원하던 지역의 매수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기존 집 계약도 배액 배상하고 해제했다.

갈아타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뭔가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상급지는 하급지보다 가격 상승폭이 크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집을 원하는 금액까지 받으려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기존 집이 원하는 금액까지 올라갈 정도라면 상급지는 상승폭이 그 이상 치솟는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동산 거래 시에 내 집은 비싸게 팔고 남의 집은 싸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대한민국 부동산 경기가 그런 불균형을 충족시켜주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냉정히 계산기를 두드려서 상승폭을 비교 분석해보고 현명한 포기와 보수적 자금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실리를 챙기는 방법이다.

[양정아 공인중개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