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단체 길들이기? ‘6년 전 삭제권고’ 지원금 규정 앞세운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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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민간단체 지원사업 공고문에 '불법시위를 주최한 단체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문구를 명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보조금이 '말랐다' 싶을 정도로 깎인 상황인데, 통일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문제의 문구를 부활시킨 게 아닌지 의심된다. 통일부가 몰라서 그랬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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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훈령 참고 과정서 발생한 혼선”
통일부가 민간단체 지원사업 공고문에 ‘불법시위를 주최한 단체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문구를 명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집회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에 삭제를 권고해 앞선 문재인 정부 때는 사용하지 않던 문구다.
15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통일부는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원사업 공고문에 ‘지원 불가 단체’ 사례로 ‘불법시위를 주최 또는 주도한 단체’ ‘불법시위 등 사회질서에 물의를 일으킨 법인 및 단체’ 등을 명시해왔다. 통일부가 사용한 문구는 문재인 정부 당시 사업공고문에는 없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등장한 것들이다.
통일부는 이 문구를 공고문에 사용한 이유를 묻자 “문재인 정부 때는 기재부 통합관리지침에 따라 공고문을 작성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통일부의 훈령을 참고해 공고문을 작성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일종의 혼선”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규정은 2017년 12월 인권위에서 “해당 규정이 냉각효과로 작용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재부에 삭제를 권고하고 기재부가 이를 받아들여 이듬해 4월 지침에서 빠졌다.
한 대북지원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들어 보조금이 ‘말랐다’ 싶을 정도로 깎인 상황인데, 통일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들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없애기 위해 일부러 문제의 문구를 부활시킨 게 아닌지 의심된다. 통일부가 몰라서 그랬다는 것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홍기원 의원은 “통일부가 6년 전 인권위 권고에 따라 이미 사라졌어야 할 규정을 윤석열 정부 들어 다시 꺼내 든 것은 정부에 싫은 소리를 하는 민간단체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었겠느냐”고 했다.
통일부는 “해당 지침을 조속한 시일 내에 없애겠다”며 “문구가 삭제되기까지는 최소 30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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