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주 비엔날레, 프리즈 서울…전례없는 최대 미술 잔치 열린다

노형석 기자 2024. 8. 1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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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부터 시작하는 부산비엔날레2024 전시에 선보일 방정아 작가의 그림 ‘미국, 그의 한결같은 태도’. 부산비엔날레 조직위 제공

이번 주말부터 한달여간 이 땅의 문화판은 거대한 미술의 물결로 덮이게 된다. 부산과 광주에서 열리는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비엔날레와 세계적 규모의 미술품 장터 프리즈와 국내 최대 규모의 장터인 키아프를 필두로 역대 최대규모로 차려지는 갖가지 대형 전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펼쳐지게 된다.

원래 9월 초가을은 한국 미술시장에서 여름 비수기가 끝나고 막 기지개를 켜는 시기였다. 그런데 2년 전 프리즈 개최를 기점으로 이제 9월은 한국 미술이 세계를 향해 가장 집약된 목소리와 에너지를 발산하는 최적의 시점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프리즈 개최 시기 앞뒤로 국내 양대 국제미술제인 부산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가 개막하고 국공립미술관은 물론 대형 사립미술관과 주요 메이저 갤러리들이 총력을 기울인 대형 기획전들을 잇달아 내놓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가고시안 화랑이 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의 특설전시를 통해 선보일 데릭 애덤스의 그림 ‘나의 소녀는 어디에’. 가고시안갤러리 제공

광주와 더불어 한국 양대 국제미술제인 부산비엔날레가 우선 17일 전시를 개막하며 가을 미술 시즌의 시작을 알린다. 뉴질랜드 출신 베라 메이와 벨기에 출신 필립 피로트 감독이 전시를 지휘하고, 36개국 62개팀 78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비엔날레는 ‘어둠에서 보기’를 주제로 현 시대상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시선을 강조하는 전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정부적 사회이면서도 유연하고 자율적인 질서를 형성했던 옛 역사 속의 ‘해적 유토피아’와 속세에서 떨어져 나온 불교의 ‘도량’의 개념을 도입해 어떤 모양새의 전시 광경이 펼쳐질지 관심을 끈다. 불화를 그리는 스님과 국외를 떠돌며 작업하는 노마드 예술가, 가정주부로 살다 중년에 미술가가 된 페미니즘 작가 등 비주류의 삶을 살아온 예인들을 색다른 틀로 조망한다.

베트남 출신의 현대미술작가 얀 보의 사진 이미지 작품 ‘무제’(2021). 얀 보의 작품은 내달 열리는 송은문화재단의 피노컬렉션 전에 선보이게 된다. 송은문화재단 제공

14회째를 맞는 ‘2024 여수국제미술제’(YIAF)가 뒤를 잇는다. 박순영 기획자가 예술감독을 맡아 ‘소울푸드 앤 블랙칵테일’이라는 이색 주제를 내걸고 30일부터 10월3일까지 여수엑스포장 D전시홀에서 연다. 이용백, 정연두, 구성연, 김기라, 김준, 빠키 등 국내 미술계를 대표하는 예술가를 포함해 국내 작가 24명과 8개국 해외 작가 9명이 음식문화를 주요 소재로 삼아 기후위기와 환경, 역사와 문화의 가치에 대한 다기한 고민들을 표현한다.

9월4∼7일에는 아트바젤과 더불어 양대 국제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2022년부터 시작됐으니 올해가 세번째 행사다. 100여개 세계 주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이번 행사는 올봄 아트바젤 홍콩 등 아시아권 주요 아트페어들이 전례 없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어떤 흥행세를 보여줄지가 관심사다.

다음 달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스위스 스타작가 니콜라스 파티의 회화 작품. 지난 2022년 몬트리올미술관 전시 당시 모습이다. 호암미술관 제공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도 9월4일 코엑스에서 동시에 시작해 8일 끝난다. 한국화랑협회가 여는 행사로 21개국 207개 갤러리가 부스를 낸다. 행사 기간인 9월3∼5일 서울 한남동과 삼청동, 청담동에서 현지 화랑들이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나이트 이벤트가 벌어진다.

뒤이어 광주에서는 7일 ‘판소리-모두의 울림’을 주제로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시작된다. 내년 창설 30주년을 앞두고 열리는 이번 행사는 프랑스 스타 기획자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공간’의 이야기들을 ‘소리’ 형식으로 구현한다는 ‘판소리’를 주제로 영화 보듯 감상하는 전시를 내걸었다. 30개국 73명 작가가 참여하는데, 국가별 파빌리온(특별관)도 지난해 9개에서 무려 30여개로 늘어났다.

미술관들도 주목할 만한 전시를 줄줄이 연다. 서울 아트선재센터는 유럽과 미국을 무대로 작업해온 글로벌 작가 서도호의 개인전을 17일부터 11월3일까지 진행한다. 2003년 이래 21년 만에 차린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9월3일부터 ‘말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전(내년 3월3일까지)이 시작된다.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아시아 여성의 시각예술을 몸의 관점으로 살핀다.

마크 로스코의 1951년 작 ‘NO.16’. 페이스갤러리 서울점에서 열리는 로스코·이우환 2인전에 출품된다. 페이스갤러리 제공

세계 미술시장에서 각광받는 스위스 출신 작가 니콜라스 파티는 31일부터 내년 1월19일까지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첫 미술관 개인전을 펼친다. 리움미술관은 9월5일~12월29일 생태적 개념미술로 주목 받은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개인전을 차린다. 타이 작가 리크리트 티라바닛을 기획자로 초청해 아시아권 유망작가 작품들을 내보이는 ‘아트스펙트럼’전도 같은 기간 마련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9월3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 북유럽 출신 작가 듀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전시회를 차린다. 송은문화재단은 내달 4일부터 11월23일까지 서울 청담동 재단건물의 전시장 송은에서 세계적인 컬렉터 기업가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 명품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역에서 의욕적으로 기획한 큰 기획전들도 지나칠 수 없다. 대전 복합문화공간 헤레디움은 독일 현대미술 거장 마르쿠스 뤼페르츠의 개인전(9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대구미술관은 이집트 출신의 현대미술 대가 와엘 샤키의 개인전(9월9일부터 내년 2월23일까지)을 마련한다. 대구간송미술관도 9월3일부터 12월1일까지 개관전 ‘여세동보―세상 함께 보배 삼아’를 열어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 해례본 등 소장해온 국보와 보물급 작품들을 지역에서 처음 대거 전시한다. 지역 단위 국제미술행사들인 강원도 평창군의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감독 고동연, 9월26일~10월27일)와 경남 창원시의 창원조각비엔날레(감독 현시원, 9월27일~11월10일)도 내달 말 관객들과 만난다.

화랑 전시로는 페이스갤러리 서울이 20세기 미국 거장 마크 로스코와 한국 작가 이우환의 2인전을 9월4일부터 10월26일까지 열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구에서 최고 명문 화랑으로 꼽히는 갤러리 가고시안(거고지언)도 첫 한국 전시회로 화가 데릭 애덤스의 개인전 ‘더 스트립’을 9월3일~10월12일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프로젝트 공간 캐비닛에서 펼친다.

가을의 잔치판에 정부 당국도 ‘미술축제’ 이름으로 여러 행사를 처음 통합 지원하면서 가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가을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키아프 서울, 프리즈 서울 등 여러 대형 미술행사를 유기적으로 잇고 통합·홍보하는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광주·부산비엔날레 통합입장권을 구매하면 두 행사를 30% 할인된 가격에 입장할 수 있고, 전국 주요 미술관 123곳의 입장료 할인·무료 입장도 가능하다. 한국철도공사의 특별 철도관광상품을 통해 광주 또는 부산 비엔날레 입장권 할인 혜택과 시간대별로 5~40%의 승차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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