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시장 못 믿겠네”…요즘 ‘이것’ 투자로 재미본다는 증권사들

유니콘·핀테크·패션 등 다양
IPO 주관 등 투자기회 노려
KB증권, 한국신용데이터 투자
삼성은 英 스타트업 베팅 눈길

여의도 증권가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 상반기에도 증권사들이 비상장 기업에 적극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단위’ 기업가치가 거론되는 국내 유니콘 플랫폼 기업부터 해외 딥테크 스타트업까지 업종과 규모가 다양했다.

이같은 투자는 수익 다각화 수단이기도 하지만 기업공개(IPO) 주관을 염두에 두고 사전에 파트너십을 형성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상장기업 투자에 가장 활발한 증권사 중 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한국투자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 상반기에도 약 20여곳의 비상장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가장 크게는 지난 1월 약 30억원 규모의 시큐리티플랫폼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사들이며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시큐리티플랫폼은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특화한 반도체 기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5월 말 상장 주관을 맡고 있는 신약개발사 오름테라퓨틱 보통주 30억원어치도 매입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지난 6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마찬가지로 상장을 공동 주관하고 있는 포인투테크놀로지에도 지난 5월 말 28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포인투테크놀로지의 주력 제품은 데이터센터용 케이블과 광통신용 반도체 칩이다. ‘조 단위’ 기업가치로 2026년 증시 입성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상반기 IPO 주관 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낸 KB증권도 대규모 비상장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 3월 143억원을 들여 한국신용데이터에 투자한 점이 대표적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2016년 설립 이후 6년만인 2022년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매출 1362억원을 올렸다. 주력 상품은 소상공인 ‘슈퍼 앱’으로 꼽히는 ‘캐시노트’로,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그밖에 KB증권은 상장 주관을 맡고 있는 배터리 재활용 자회사 세기리텍(20억원), 농기계 자율주행업체 긴트 RCPS(20억원), 식품안전검사 키트 기업 세니젠(13억원) 등에도 투자했다.

하나증권은 지난 1월 패션 플랫폼 유니콘 무신사에 26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무신사는 2019년 미국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5년 이내 IPO 조건을 단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선 IPO는 내년 이후로 미룬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보험 진단 서비스 ‘보닥’을 운영하는 기업 아이지넷에도 지난 4월 약 31억원을 투자했다. 아이지넷은 지난 5월 코스닥 상장을 위해 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사업모델 특례를 통해 인슈어테크 기업으로는 첫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상장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맡고 있다. 이외에도 직접 상장을 주관하고 있는 로봇기술 기반 재활 솔루션 기업 에이치로보틱스에도 지난 2월 20억원을 투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상반기 활발히 투자를 진행한 증권사로 꼽혔다. 상반기 가장 큰 투자처 중 한곳은 OLED 발광층 소재와 같은 기초 화학물을 제조하는 한켐(22억원)이었다.

지난 4월 투자를 진행한 이후 한켐은 이달 8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또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6월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에 1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은 많은 투자를 집행하진 않았지만 해외 기업에 투자해 눈길을 끈다.

지난 5월 영국 스타트업 ‘테라뷰’ 비상장우선주 2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테라뷰는 2001년 일본 도시바와 영국 케임브릿지 대학에서 분사했다.

비파괴검사뿐 아니라 모바일, 컴퓨팅, 통신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 결함 분석에 쓰이는 독자적인 테라헤르츠 기술을 개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비상장 기업 투자는 IPO 주관을 위한 포석이 되거나, 그와 상관없이 순수하게 수익을 노리고 진행되기도 한다”며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은 한도 제약이 있는 편이지만 오너가 있는 증권사들은 좀 더 과감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