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팍 100만 관중 돌파’ 삼성은 팬의 마음을 읽는다
삼성은 지난 14일 겹경사를 맞이했다.
이날 KT와의 경기에서 2만435명의 관중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고 구단 창단 이래 최초로 홈 관중 100만 명을 돌파했다. 14일 경기까지 누적 홈 관중수는 101만4689명이다.
비수도권 구단 중 유일하게 100만 관중을 달성했다. 올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1만7494명의 관중이 찾아 지난해(1만1912명) 대비 46%나 증가했다. ‘라팍’으로 불리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한 시즌 최다 관중 수는 개장 첫 해인 20016년 기록한 85만1417명이었다.
경기도 이겼다. 삼성 토종 에이스 원태인이 7.2이닝 4안타 5삼진 1실점 역투를 선보이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원태인은 시즌 11승째를 올리며 다승 부문에서 키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공동 1위에 올랐다.
삼성은 8월 11경기에서 8승3패 승률 0.727로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2위다. 더 높은 순위를 향해 가는 여정을 보기 위해서 팬들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다. 성적과 팬몰이에 모두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삼성이 변화를 꾀한 결과다. 삼성이 새 단장 후보 중 이종열 단장을 높이 산 점은 팬들을 향한 자세였다.
지난해 삼성의 홈구장에는 84만5775명의 관중들이 찾았다. 팀 순위는 8위에 머물렀지만 관중 수는 10개 구단 중 5위에 해당했다. 이 단장은 성적과 무관하게 ‘라팍’을 찾는 팬들을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런 가치관은 구단이 올시즌 추구하고자하는 길과 맞아떨어졌다.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지난 겨우내 가장 약점이었던 불펜 보강을 하는데 집중했다.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자원이었던 김재윤, 임창민 등을 영입하며 타 팀에서 마무리 투수를 2명이나 데려왔다. 스토브리그 동안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팀이 삼성이다.
팬들의 오랜 향수도 불러일으키는데 애썼다. 삼성은 2010년대 왕조 시절의 기억을 다시 가져오려했다. 그래서 과거 응원가인 ‘엘도라도’도 부활시켰다. 유니폼에서 붉은색도 빼버렸다. 구단 아이덴티티 ‘블루’를 더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청, 백 컬러로만 구성된 유니폼을 만들었다. 당시 구단 측은 “명가 재건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현장에서도 팬들의 바람에 부응하기 위해 애썼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승부수를 걸었다. 지난해 기억을 발판 삼아 시즌 초반에 승리를 쌓아둬야 시즌 말미 순위 싸움 때에도 유리하다는 계산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기존 ‘굴비즈’의 멤버인 이재현과 김지찬이 더 성장했다. 김영웅까지 알을 깨고 나오면서 젊은 여성팬들의 유입을 이끌었다.
시즌 중에도 팬들과의 스킨십을 이어나갔다. 지난 4월 말부터는 ‘블루 모먼트’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경기가 시작하기 30분 전 3루 익사이팅존의 그물을 내려 팬들이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구장 특성상 선수들과 소통이 쉽지 않은 구조로 되어 있어 경기 전 시간을 활용한 것이다.
구단은 외인 선수 교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전반기를 마치면서 데이비드 맥키넌을 방출하고 루벤 카데나스를 데려왔다.
타자 친화적인 ‘라팍’과 잘 맞는 장타력을 갖춘 타선으로의 변화를 위해서였다. 카데나스는 삼성 유니폼을 입고 6경기에서 타율 0.348로 맹타를 휘두르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지만 허리 통증으로 제동이 걸렸고, 서둘러 움직이며 르윈 디아즈를 영입했다.
이전까지 삼성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에 안정을 택하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삼성이 올해 100만 관중을 달성한 건 전체 야구 인기가 높아져서가 아니라 이런 노력들이 합쳐진 결과다.
이제 삼성은 ‘라팍’에서 가을야구를 맞이하려 한다. ‘라팍’이 개장한 이후 포스트시즌 경기는 딱 한 경기 열렸다. 2021년 당시 1위 결정전을 치를 정도로 기대감을 모았으나 아쉽게 이 자리를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 2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시리즈를 끝냈다. 당시 1차전은 라팍에서 열렸는데 삼성은 4-6으로 패했다. 이번만큼은 다른 가을야구를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라팍’은 관중들이 가득 들어찰 가을야구를 기다리고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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