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메시지' 없는 광복절 경축사…野 "최악의 경축사"
대통령실 "한일관계에 자신감 내비친 것"…"진정한 극일"
민주당 "최악의 광복절 경축사, 오만과 불통"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8·15 통일 독트린'(doctrine·국가의 외교 방향)를 제시한 가운데, 광복절마다 주목됐던 '대일 메시지'는 없었다. 야당은 '일제' 또는 '일본'이라는 표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며 최악의 경축사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자유 가치관', '북한 주민들의 변화', '국제사회 연대'를 골자로 하는 통일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여기에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국제 한반도 포럼 창설까지 7대 통일추진 방안도 발표했다.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자유(50번)이며 통일은 36번, 북한은 32번, 국민은 25번으로 나타났다. 역사는 4번, 일본은 2번에 그쳤다. '자유' 언급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27회, 2022년 경축사에서는 33회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났다.
일본의 경우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달러를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격차는 역대 최저인 35억 달러를 기록했다" 등 경제적 성과를 부각하는 데 인용됐을 뿐, 일제강점기 문제나 일본이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 역사적 책임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언급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과의 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이유에 대해 "오늘 연설문에서 대한민국의 그동안의 경제성장, 자유 가치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무역, 경제역량이 일본과 대등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정도로 커졌다에 함의가 있다"며 "한일관계 지적하지 않았지만 한일관계에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청년과 미래세대는 일본 여행을 하고 일본 청년과 교류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과거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야 하지만, 우리가 더 크게 되고, 더 큰 미래를 바라보며 국제사회 환영을 받으며 일본 협력을 견인해 나갈 때 그것이 진정한 극일(克日·일본을 극복하겠다는 사상이나 신조, 사회적 분위기)"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일 메시지가 없는 것은 이례적일 뿐만 아니라, 국민 여론과 거리감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메시지 전반에 '극일'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 국민들이 그만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본다. 마음의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며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의 위상과 역할을 생각할 수는 있는데, 역사 얘기를 배제한다는 것은 너무 훅 뛰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일 정책을 잘하라면 그 밑바탕에 여론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 합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야당은 '최악의 경축사'가 나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내놓은 광복절 경축사는 모두에서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술했지만 틀에 박힌 문장에서 진심이라곤 한톨도 읽어낼 수 없었다"며 "더욱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일제' 또는 '일본'이라는 표현도 제대로 쓰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확인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은 목불인견(目不忍見·눈앞에 벌어진 상황 따위를 눈 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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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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