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두쪽 난 8.15 경축식… ‘불참’ 이종찬 광복회장 "피로 쓴 역사, 혀로 논하는 역사로 못 덮어"
‘뉴라이트 성향 의혹’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촉발된 윤석열정부 역사관 논란에 제79주년 8·15 광복절이 끝내 ‘두 쪽’ 났다. 김 관장 사퇴 요구에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반발한 광복회 등 독립운동 관련 단체가 정부 주관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진행하면서다. 광복절에 정부 주관 행사와 독립운동단체 행사가 따로 열린 건 1965년 광복회 창설 이래 최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이자 3부 요인인 우원식 국회의장도 정부 경축식에 불참했다. 정부 행사 대신 광복회 행사를 찾은 야당 인사들은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친일 매국 정권”이라며 공세를 쏟아냈고, 여당은 야당을 향해 “정치적 선동을 중단하라”고 맞섰다.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 단체가 포함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25일 서울 용산 백범김구기념관에서 79주년 광복절 기념식을 열었다. 같은 시각 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선 정부 주관 행사가 진행됐다.
이 회장은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며 “망령처럼 살아나는 친일사관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독립운동을 폄훼하고 건국절을 들먹이는 이들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고 했다. 기념사 낭독을 마친 그는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제가 내년에 90살로 이승만 대통령부터 윤석열 대통령까지 역사를 봐 왔다. 긴 역사 속에서 역사는 권력의 편이 아닌 정의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행사 중 “타도 윤석열”을 외치며 정치적 구호를 던지기도 했다. 특히 김갑년 광복회 독립영웅아카데미 단장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십시오”라고 말하자 청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독립운동단체연합 관계자 등 약 450명이 태극기를 손에 들고 이날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정부 행사를 불참한 야당 지도부 인사들은 윤석열정부를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전진을 역행하고 있다”며 “우리 국민의 민생에는 ‘거부권’을 남발하면서 일본의 역사 세탁에는 앞장서 ‘퍼주기’만 한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백범김구기념관 앞에서 윤석열정부를 향해 “제2의 내선일체가 착착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내 ‘윤석열 정권 역사 쿠데타 저지 TF(태스크포스)’ 구성 계획을 밝히고 “독립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친일, 종일, 부일, 숭일분자들이 판을 친다”며 “귀하는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냐, 아니면 조선총독부 제10대 총독이냐”고 했다.
야당 대표 중 유일하게 정부 경축식에 참석한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는 이날 행사장에서 윤 대통령과 악수하며 “눈높이 인사를 아십시오. 국민과 소통하십시오”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통화에서 이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경축사에 남북대화의 문을 열겠다고 했는데 당장 국회와도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데도 ‘반통일세력’, ‘사이비 지식인’ 등 이런 말을 하면서 막 투쟁하고 싸우라고 하는데, 그게 말이 되는 거냐. 그래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고 소통하시라고 한 것”이라서 밝혔다.
용산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출신인 강승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광복회와 야권의 독립기념관장 사퇴 촉구에 대해 “광복회장께서 본인 기준에 따라 적절하지 않다고 해서 인사 철회를 하라고 하면 대통령이 인사 철회를 해야 하냐”라며 “그게 나라냐.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환·김병관·박수찬·이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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