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협상 또 물 건너가나…‘이스라엘군 철수’ 놓고 평행선?
“직접 나오지 않지만, 협상 파투는 아냐”
다시 시작한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불참을 통보하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대치 속에 협상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으나,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철군을 비롯한 핵심 사안에서 이견을 좁히긴 쉽지 않아 보인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다른 중재국들을 통해 협상 내용을 전해 듣겠다고 했다.
하마스는 국제적으로 승인된 제안을 이행할 방안과 기한을 논의해야만 이번 협상의 의미가 있다고 피력했다. ‘국제적으로 승인된 제안’이란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시한 ▲완전한 휴전 ▲가자지구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이 중에서도 특히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마스가 완전 철수를 요구하는 건 이스라엘이 자국 인질을 돌려받고 나면 다시 전쟁을 시작하리란 우려 때문이다.
오사마 함단 하마스 대변인은 AP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제시하고 국제적으로 승인된 안의 이행에 관해서만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이행 방법과 기한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떤 협상이든 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강경하게 거부해 온 사안이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경계인 필라델피아 회랑에서 군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이스라엘은 이번에 정보기관 국장, 인질 문제 책임자 등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카타르로 보낸 한편, 협상안과 관련해 29가지 변경 사항을 추가로 요구했다. 이 중에는 하마스와 충돌할 여지를 내포한 사항도 있다고 AP는 전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에 대한 석방 거부권을 요구했으나 하마스는 이 문제에 대해 타협을 거부한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또 이스라엘은 아직 살아있는 인질의 명단도 원하고 있으나, 이 역시 하마스가 거부하는 조건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개월 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휴전 협상이 이번에도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4일 “포기하지 않겠다”면서도 “(낙관적 태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하마스가 직접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는다고 협상이 완전히 파투 났다고 할 수는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평가했다. 하마스 고위급이 협상 장소인 카타르에 머물고 있어서 중재국들과 접촉이 쉽다는 것이다. 하마스 측은 또한 “이스라엘이 ‘진지한 대응’을 보인다면 협상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란이 자국의 대이스라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휴전 협상뿐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번 협상의 중요성이 커졌다. 그러나 협상 직전까지도 우려 섞인 전망이 이어졌다. 이스마일 하니야가 암살된 이후 새 하마스 지도자가 된 야히야 신와르가 이전보다 비타협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이스라엘도 협상 개시일 직전인 14일까지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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