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려고 만든건데…" 코딩 배운 수의사, 동물병원 챗봇 개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수의사 출신으로 동물병원의 고객관리를 돕는 윤상우 벳플럭스 대표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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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의 건강을 관리·치료하는 동물병원과 수의사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동물은 말을 못하므로 펫 헬스케어는 동물의 보호자가 반드시 참여하는 과정이다. 게다가 동물병원 중 상당수인 1인병원에선 수의사가 진료·상담·진료예약을 도맡는다. 상당수 수의사들이 위와 비슷한 고충을 겪는다.
2020년 창업한 벳플럭스는 수의사와 보호자들의 소통을 돕는 동물병원 CRM(고객관계관리) 기업이다. 벳플럭스가 제공하는 동물병원 QR코드를 보호자가 찍으면 진료 피드백을 할 수 있는 링크가 문자로 발송된다. 진료 전엔 보호자가 동물의 상태를 수의사에게 미리 제공할 수 있고 진료 후 재진 내원 안내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챗봇 '늘펫'은 병원 측과 보호자가 전화 대신 메시지로 동물의 상태에 대해 소통하고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플랫폼이다. 초진지를 작성할 수도 있다. 병원 방문기록이 남으므로 병원을 옮길 때에도 진료 연속성이 생긴다.
앞서 A·B씨 사례는 늘펫 이용후기를 재구성한 것이지만 윤상우 벳플럭스 대표의 경험이기도 하다. 윤 대표는 2017년 경상대 수의대를 졸업, 동물병원에서 근무하다 현장의 어려움이 의외로 진료 자체보다 '대화'에 있단 점을 느꼈다. 보호자는 사실상 24시간 상담이 가능하길 원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언제 어떻게 아플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진료, 수술과 상담을 병행하기 어렵다. 전화로 상세한 설명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윤 대표는 "사업할 생각은 1도 없었다. 처음엔 우리 병원에 쓸 시스템을 만들어보려 했다"며 "2018년 개발을 배워 반려동물 일기장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말했다.
펫 헬스케어는 세계적으로 이미 유망한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분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비상장사) 기업도 탄생할 조짐이다. 벳플럭스는 수의사와 보호자 모두가 만족하는 펫 헬스케어를 구현하고자 한다. 전국 수의사는 8000여명이고 그 중 70%가 1인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걸로 추산된다. 현재 수의사 400여명이 이용중인 벳플럭스는 내년중 2000~3000여곳의 동물병원에 늘펫을 도입한다는 목표다.
A. 사람과 동물을 위한 환경이 결국 하나라는 뜻이다. 곁에 있는 동물의 건강을 챙겨야 우리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그런 개념을 정의한 걸로 안다. 일례로 스페인 독감이나 코로나처럼 사회에 영향을 미친 대부분의 질병이 인수공통전염병이다.
Q. 보호자들은 수의사를 목소리를 듣고싶어하지 않나. 전화 상담을 메신저로 대체 가능한가.
A. 수의사도 100% 확신은 어려운 일이다. 저도 실수하지 않을까, 실시간 대화에 포비아(공포)가 있다. 수의사나 보호자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실시간 의사소통의 의미가 많이 줄어드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 한다.
Q. 창업 4년차인데 가장 힘든 점이 있다면.
A. 사람, HR 부분에 힘든 고비가 많았다. 우선 스타트업 자체가 새로운 개념을 소비자에게 이해시켜야 하니까 힘든 점이 있다. (창업자인) 저와 일하는 사람들은 힘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조직이 성장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협업하는 관계들이 맺어져야 하더라.
Q. 가족·지인들이 창업한다면 권할 것인가 말릴 것인가.
A. 어렵지만 해보라고 하겠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더라. 어머니늘 늘 제게 '맨 땅에 헤딩한다'고 하신다. 그만큼 신경 쓸 일 많고 저 스스로 배움이 많아졌다. 수의사 동기들이 부럽기도 한데, 수의사만 했다면 알 수 없었을 점을 경험한 것에 만족한다.
Q. 창업을 꿈꾸는 동료·후배들에게 할 말은.
A. 한국이 생각보다 기회가 많다. 찾으면 계속 길이 열린다. 그러니 한 번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 [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인터뷰는 산업방송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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