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때리기` 뭉친 여당·공정위·방통위
네이버 알고리즘 공정성 조사
전문가 "실효성 없어 부작용만"
정치권의 포털기업 흔들기가 반복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일명 '티메프 사태'(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가 더 불쏘시개가 됐다. 이후 국회에서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방송통신위원회는 포털 공정성을 명분 삼아 포털 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와 학계에서 빅테크 기업 간 글로벌 패권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도록 자율규제를 우선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에 정치권이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규제가 강화될수록 규제 수용성이 높은 국내 기업만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큰 터라 정치권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14일 국회 본관에서 '독과점적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성 강화방안' 세미나를 열고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의 뉴스 플랫폼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이 자리에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고학수 개인정보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포털과 플랫폼에 공정성과 책임성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뉴스 관련 알고리즘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실상 네이버 압박용 세미나가 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이에 앞서 12일에는 '포털 불공정 개혁 TF(태스크포스)'를 발족했다. TF는 포털뉴스를 시작으로 개인정보·위치정보 수집과 소상공인 대상 갑질 등 거대 포털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 불공정 행위 등을 규제할 강도 높은 입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19일에는 네이버 본사도 직접 방문한다. 방통위도 거들고 나섰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대신해 김태규 위원장 대행 겸 부위원장이 빠른 시일 내에 네이버 등 관계 업계를 방문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업계 관리감독 고삐를 죄겠다는 의도다.
방통위는 국민의힘 문제 제기에서 촉발된 네이버 알고리즘 공정성 조사도 진행 중이다. 정치권은 네이버가 뉴스 검색순위 알고리즘을 의도적으로 조정했다고 보고 여러 의혹을 제기해왔다. 네이버가 2018년부터 외부의 검토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자체적으로 점검 시스템을 갖췄지만 정치권과 방통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검색 결과 등에 인위적으로 개입한 것이 확인되면 최대 과징금(관련 매출 100분의1) 부과와 형사고발 등도 추진한다고 전방위 압박을 하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에도 네이버 사옥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한 바 있다. 역설적인 것은 지난 정부 당시 더불어민주당도 네이버·카카오의 뉴스포털 편향성을 비판했다는 점이다.
포털은 입법 규제로도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티메프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 목적으로 발의된 법안만 10건이 넘는다. 대체로 티메프 사태 재발을 막는 정산주기 단축 또는 판매대금 관리 규정 신설 내용을 담고 있지만, 본질에서 벗어나 표준계약서 또는 이용약관 신고 의무화 등도 강제하고 있다. 플랫폼 입점 사업자에게 단체교섭권을 부여하고,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할 경우 중개거래 계약을 무효화하는 내용도 있다. 이와 별개로 온라인 플랫폼 관련 규제 법안도 줄줄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정치권이 곧 진행될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대거 '포털 때리기' 장면을 연출하려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예상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과도한 입법 규제는 실효성도 없을 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 위축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장은 "거대 양당 정치권이 모두 포털뉴스의 불공정을 문제 삼는 것은 객관적 자료나 증거가 아닌 정치적 유불리만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공정성이나 중립성을 담보할 반증이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티메프 사태는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로 불거진 것이 아닌데, 플랫폼을 구조적으로 손질하려는 입법 규제는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다"며 "대금유용 방지나 정산주기 조정 등의 대안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관계자는 "인터넷 산업을 법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성공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기본적으로 자유의 영역"이라며 "포털 업계는 오랜 기간 정치권의 규제 옥죄기가 누적돼 발목이 잡힐까 불안감이 크다. 정부와 민간이 함께 하는 공동규제 등 여러 방식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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