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 동에 태극기 게양 가구는 단 3곳…"광복절 의미 찾아야"[르포]

이영민 2024. 8. 15.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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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들어서 다들 안 챙기는 거 같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광복절에 국기를 달아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날 조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299세대 중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단 3곳뿐이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에 사는 양기복(38)씨는 "주민센터나 아파트 단지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면 더 달지 않겠느냐"며 "태극기를 더 자주 접하게 되면 자녀가 있는 집에선 부모가 역사를 한 번이라도 더 설명할 테니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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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국기법, 광복절 국기 게양 규정
국기를 못 구하거나 매달 곳이 없어
정부, 내년 달력에 ‘태극기 다는 날’ 표기

[이데일리 이영민 정윤지 기자] “사는 게 힘들어서 다들 안 챙기는 거 같긴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광복절에 국기를 달아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요.”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 사는 조모(53)씨는 15일 오전 아파트 베란다에 태극기를 내걸었다. 이날 조씨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299세대 중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는 단 3곳뿐이었다. 이 모습을 본 조씨는 “어릴 때는 애국심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요즘엔 개인주의가 강해져서 국기를 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극단적인 시민단체 때문에 어린 친구들은 태극기에 부정적인 인상을 가지는 것 같은데 올바른 역사인식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오늘 같은 날은 챙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의 아파트 중 한 가구에 태극기가 걸려 있다.(사진= 이영민 기자)
매년 광복절 거리 곳곳에 게양되던 태극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태극기를 가지고 있거나 새로 구입하는 시민이 줄면서 국경일 아침 창문이나 대문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가정도 줄어들고 있다.

광복절 당일 태극기가 보이지 않는 곳은 조씨의 동네만이 아니었다. 이날 오전 9시쯤 성북구 돈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 6개 동에서 태극기가 걸린 집은 두 곳뿐이었다. 인근 아파트 4개 동에서도 두 가구만 태극기를 집밖에 매달았다.

성북구 주민인 이모(34)씨는 “전세로 살고 있어서 어디에 걸어야 할지 모르고, 태극기가 없어서 못 걸었다”며 “독립을 기념하는 날이지만 시대가 변했으니까 각자 마음 속으로 기념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요즘 태극기를 거는 집이 있느냐”며 “태극기를 보면 반가울 정도다”고 답했다.

이같은 변화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리서치가 2022년 8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성인남녀 1000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53%)은 국경일이나 주요 기념일에 태극기를 달지 않는다고 답했다. 태극기를 게양하지 않는 경향은 연령이 낮을수록 두드러졌다. 18~29세는 70%, 30대는 65%가 태극기를 달지 않는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5%는 국경일이나 기념일에 국기를 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들의 4명 중 1명은 태극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2030세대의 경우 태극기를 가진 사람은 절반에 불과했다. 주거지에 태극기를 걸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한 주택 담장에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사진=정윤지 기자)
정부는 2025년 광복 80주년을 앞두고 태극기 게양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내년부터 달력에 ‘태극기 다는 날’을 표기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민국국기법 제8조는 애국 정신을 높이기 위해 국경일인 △3·1절(3월 1일) △제헌절(7월 17일) △광복절(8월 15일)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과 기념일인 △현충일(6월 6일) △국군의 날(10월 1일)에 국기를 게양하도록 규정한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이 손쉽게 태극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편의점과 은행, 대형마트 등에 상설 국기 판매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국기꽂이가 없는 집은 창문과 현관문에 ‘붙이는 태극기’, 차량용 태극기 등 다양한 형태로 국기를 다는 것이 가능한 점을 안내해 국기 게양을 권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에 사는 양기복(38)씨는 “주민센터나 아파트 단지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면 더 달지 않겠느냐”며 “태극기를 더 자주 접하게 되면 자녀가 있는 집에선 부모가 역사를 한 번이라도 더 설명할 테니 교육에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민 (yml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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