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서 병력 일부 철수…급습 당한 본토 쪽으로 이동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기습 당한 본토를 막느라 앞서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됐던 병력 일부를 빼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각각 인용해 러시아가 서부 쿠르스크를 급습한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물리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했던 병력 일부를 철수시키기 시작했다고 현지시간 14일 보도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기습 침투를 당한 러시아가 전투 계획을 바꿔야만 하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은 러시아를 교묘하게 방어 태세에 몰아넣고, 그동안 러시아가 우위를 점해왔던 전장에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코비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와 드니프로 등 남부 지역에서 일부 부대를 러시아 쿠르스크주 등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미 당국자들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일부 보병부대를 철수해 기습을 당한 본토 쿠르스크주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갑대대와 다른 전투 부대의 이동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는 수개월간 공세를 펴왔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지역에서 병력을 재배치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대신 북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전투 준비가 덜 된 부대에서 주로 병력을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의장 세르히 쿠잔은 "러시아의 전력은 가능한 한 도네츠크 방향의 부대 동원을 피하는 것"이라며 "이는 여름 대공세의 모든 성과를 위태롭게 할 것이므로 러시아는 이를 꺼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가)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기습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 징집병과, 최전선의 덜 중요한 지역에서 뽑은 일부 정규군 및 비정규군 부대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가 최전선 뒤로 급히 참호를 파고 진지를 구축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군이 쿠르스크주 전선에서 훨씬 떨어진 뒤쪽에 참호를 구축하기 시작한 모습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의 규모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러시아 온라인엔 쿠르스크 전역에서 월 보수 최대 21만 루블, 우리 돈 320만 원에 대전차 도랑, 참호, 사격진지 구축을 돕는 인력을 모집하는 광고가 올라왔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위성사진으로 러시아의 참호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쪽으로 약 45㎞ 떨어진 곳에서도 참호가 발견됐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 초기 4일간 쿠르스크주 엘고브시의 남쪽 끝 들판에 파여있었습니다.

이 참호는 주요 진입로에 위치해 마을 보호 목적으로 구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엘고브시에서 약 16㎞ 채 떨어지지 않은 마을 인근에선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의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쿠르스크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E38 고속도로 분기점에서도 요새화가 이뤄졌습니다.

이곳은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수자 지역을 통과하는 R200 도로와 주요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은 초기에 빠르게 성공을 거뒀지만, 점차 진격은 둔화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공습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전투에 투입할 수 있는 병력 수에 달렸다고 전했는데, 이미 병력이 부족한 데다, 앞서 동부 전선에서 철수했던 숙련된 부대도 공격에 투입된 상태입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더 깊숙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영국 스톰섀도 등 장거리 미사일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서방 협력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영국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자국 무기는 러시아 본토 타격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는 여전히 예외입니다.

영국 국방부는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의 러시아 본토 내 사용과 관련, 공식 입장은 이전 정부와 동일하다고 밝혔다고 더타임스는 전했습니다.

김경희 기자 kyung@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