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호의 ‘골프,시선의 확장’〈4〉 파리 올림픽 골프 관전기 – 우리 골프의 마지막 퍼즐 리디아 고 [
그 무렵 한 언론에는 이시우 코치가 만난 리디아에 대한 에피스드가 실렸다. ‘리디아는 질문 자체가 다르다고 한다. “보통 벙커샷을 홀에 가깝게 붙이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만 리디아는“벙커샷을 그린에 공이 두 번 튕기고 나서 멈추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는 것.’ 그녀의 계획은 늘 구체적이었다.
연장전 승리 이후 넬리 코르다는 믿기 어려운 5연승을 달렸고, 리디아 고는 다시 뉴스에서 멀어졌다. 그녀가 이시우 코치의 도움으로 벙커에서 공을 두 번 만에 세우게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그녀는 TV 중계에 자주 비치지 않았고, 벙커샷을 볼 기회도 없었다.
둘째날 그녀의 공이 그린사이드 벙커에 빠진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모래와 함께 핀을 향해 날아간 공은 그린에 한 번, 두 번, 세 번을 튕기고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처럼 멈췄다. 세 번만에 섰으므로 그것이 두 번 튕긴 것인지 세 번 튕긴 것인지 해석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구체적 계획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녀는 올해 1월부터 ‘모든 색깔의 메달을 수집하는 동화같은 결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의 벙커샷은 결말을 예상하기에 충분했다.
3라운드에서 4언더파를 친 그녀는 공동 1위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다. 메달에 대한 중압감으로 다른 선수들이 뒷걸음 칠 때도 그녀는 전진했다. 뉴질랜드 올블랙 유니폼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는 듯했다. 17번 홀을 마쳤을 때 그녀는 1타 차 선두였다. 18번 홀 티샷 박스로 이동하면서 그녀는 팬들과 일일이 손을 부딪혔다. 극도로 긴장된 상황의 선수에게서 잘 볼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녀는 평소모습 그대로였다.
18번 홀은 페어웨이를 따라 왼쪽으로 호수가 이어졌고, 그린은 물로 둘러쌓여 있었다. 경기 내내 페이드 티샷을 구사했던 그녀에게 걱정되는 홀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티샷을 위해 우드를 꺼냈다. 안전하게 3온 전략을 들고 나왔다. 세번째 샷은 79야드를 남겨 놓았다. 벙커샷에서도 두세 번에 세우는 그녀에게 핀공략이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긴장감 하나였다. 신중한 그녀의 샷은 그린을 두세 번 튕기고 핀을 두 걸음 지나 멈췄다. 르 골프 나쇼날은 그런 샷을 잘 받아주는코스였다.
두 번의 퍼팅이면 우승할 수 있었다. 그녀의 퍼팅 루틴은 1년 전과 달라졌다. 어드레스 자세를 잡은 후에 왼손을 공을 향해 뻗는 동작이 추가되었다. 연구하고 발전하는 그녀의 자세가 보기에 좋았다. 버디를 성공하며 그녀는 올림픽 챔피언이 되었다. 그녀를 좋아하는 팬은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넬리 코르다에 패하고 축하의 포옹을 한 후에 찰라에 비쳤던 그녀의 실망감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실망이 올림픽 금메달을 가능하게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윤영호 골프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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