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이용자 99.9% 해외에 있어요"…10대들의 3D 생성형 AI도구로 유명세
명령어 입력하면 몇초만에 3D 캐릭터 뚝딱… SNS 공유 콘텐츠 입소문
플랫폼 개시 한 달 만에 누적 사용자 100만명 돌파… 해외시장 공략 주효
삼성SDS·KAIST 거치며 AI 중요성 간파… 다양한 솔루션으로 확장 포부
프롬프트 입력창에 '도시, 호수, 맑은 날씨, 동상, 보트' 명령어를 입력하고, '앞을 보면서 행복하게 걷기'라고 추가한다. 명령어에 맞춰 호수가 있는 도시 배경이 나타나고, 단발머리 캐릭터가 흥에 겨워 걸어온다. 몇 초 만에 생성된 3D 캐릭터는 '초딩들의 놀이터'로 알려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로 보내진다. 유수연(36)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네이션에이의 '뉴로이드(Neuroid)'를 통해서다.
"미국 10~20대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들은 3D에 굉장히 익숙해요. 뉴로이드로 만든 3D 캐릭터를 Z세대 이용자가 틱톡이나 유튜브에 공유한 콘텐츠 뷰가 200만~400만을 찍기도 하면서 입소문이 났죠. 별다른 홍보를 안 해도 '10대들이 쓸 수 있는 AI 도구'라는 유명세를 탔죠."
유 대표가 지난해 창업한 네이션에이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인 한창인 지난해 AI 기술을 활용한 3D 콘텐츠 제작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플랫폼을 선보여 단 한 달 만에 누적 100만 사용자를 돌파한 저력 있는 스타트업이다. 100만 이용자를 돌파하는 데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넷플릭스가 3년6개월, 트위터가 2년이 걸렸던 것과 비교해 성장 속도가 더 가파르다. 인스타그램도 100만 이용자 돌파까지 2개월 이상 걸렸다.
국내 시장부터 이용자를 확보하고 해외 진출을 꾀하는 대부분의 국내 스타트업과 달리 해외 시장부터 구독형 수익모델로 다가간 전략이 주효했다. 로블록스만 해도 10억명, 다른 게임까지 범위를 넓히면 20억명이 네이션에이의 타깃 이용자층이다. 실제 뉴로이드를 쓰는 99.9%가 해외 이용자인데, 이중 절반이 미국 이용자다. 월 10달러(약 1만3000원)부터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 10대들에게도 부담이 없다.
창업 3년차를 맞은 유 대표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삼성SDS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정보기술(IT) 분야로 커리어를 정하고 삼성SDS에 입사해 10년간 다녔다. 10여년 전 스마트폰이 대중화돼 빠르게 일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고 스마트폰 이후의 '넥스트 웨이브'에 대한 궁금함이 생겨났다.
"KAIST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넥스트 웨이브'의 핵심에 AI가 존재한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생성형 AI 기술로 이미지와 사진을 만드는 기술을 바탕으로 2019년 사내벤처에 도전한 경험이 네이션에이의 초기 아이디어와 연결됐죠. 나를 설명할 때 대학이나 회사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사람을 쉽게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22년 6월 퇴사하고, 시드 투자에 이어 팁스에 선정된 후 지금의 창업팀을 모셔왔어요. 메타나 디즈니에서 3D와 AI를 연구했던 연구팀들도 초기에 합류했죠."
3D 콘텐츠는 노동집약적 고비용 자본 투자가 필요한 작업으로, 10초 동작을 생성하는 데 10시간 이상이 걸린다. 유 대표는 AI 기술을 활용해 복잡한 제작과정을 간소화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3차원의 부피 있는 모션 데이터가 생성된다. 초등학생이 입력해도 쉽게 제작할 수 있어 10대 이용자들이 게임에 많이 활용한다. 이런 사례가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이슈가 됐다. 3D 전문가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기술 장벽을 낮춰 '힙한' 3D 콘텐츠를 생성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첫걸음을 뗀 초기 단계의 팀이지만, AI 3D 콘텐츠라는 희소성으로 주목받아 'CES 2024' 2개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고 정부·민간 분야에서도 상을 휩쓸었다.
대기업의 지원 프로그램도 힘이 됐다.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이 진행한 'AI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데모데이에 참여해 사무실 공간을 지원받아 서울 코엑스에 둥지를 틀고 밤낮없이 즐겁게 일했다. 'AI 스타트업'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사업적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20억원 규모 프리-A 투자를 받는 데도 도움이 됐다. 이 때 인연으로 SKT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와 AI 비서 '에이닷'과의 협업도 논의했다.
엔데믹 이후 메타버스가 거품처럼 스러진 것은 아닐까. 유 대표는 "이미 많은 인기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는 3D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2030년에는 3D 콘텐츠 침투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앞으로 디지털 환경에서는 3D 데이터가 필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술혁신에 가속이 붙자 그의 꿈도 커졌다. 회사의 모토를 '인간의 가능성 확장(Expanding Human Possibility)'으로 정한 이유는 AI 기술로 일상의 변화를 뒷받침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가상 공간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강한 '임팩트'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AI는 결국 사람을 닮은 로봇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기술이니 장기적으로는 로봇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했어요. 내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서비스로 자리잡고 로봇뿐 아니라 산업, 의료, 교육, 엔터프라이즈용 솔루션으로 길을 넓히려고 합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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