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산업에 뛰어든 Z세대..."고객과 머리맞댄 순찰·배달로봇, 실내·글로벌로 확장"

김영욱 2024. 8.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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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빌리티, 동아리에서 출발해 창업...자율주행, 플랫폼 개발
사우디 진출한 배달로봇, 현지 호평...실증 기간 계약 연장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완성 목표..."로봇만을 위한 AI"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 뉴빌리티 제공
실외 로봇 뉴비. 뉴빌리티 제공
비주얼 슬램 기술로 만들어진 3D 가상지도. 뉴빌리티 제공

"올해 2월 인증을 받으면서 도심지에서 로봇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학교, 아파트 등에 순찰로봇을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상품화에 집중하고, 내년부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겠습니다."

강기혁 뉴빌리티 부대표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하반기와 내년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뉴빌리티는 이상민 대표가 2017년 동아리로 시작, 여러 아이템을 사업화하는 과정을 거쳐 2019년 '로봇'으로 방향을 잡은 뒤 강기혁 부대표가 합류했다. 이들은 1997년생 연세대학교 동문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스타트업 경영 경험을 쌓았다. 강 부대표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SW)' 부문을 맡아 플랫폼과 자율주행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 왔다.

'로봇'은 소위 '전문가'만 도전하는 고난도의 사업 영역이다. 로보틱스 스타트업의 경영진은 특정 기업 출신이나 대학교 연구실에서 있던 이들이 다수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비해 사업에 들어가는 투자규모도 크다. 그러나 Z세대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대학생 신분이면서도 수 년동안 로봇 제작과 자체 플랫폼 개발,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매진해 왔다.

강 부대표는 "우리는 너무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지양하고 고객 관점에 초점을 뒀다"면서 "기술적 균형을 맞추면서 속도를 조절해야겠지만, 그래서는 더욱 큰 사업으로 만들어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순찰부터, 음식 배달까지 '척척'...사우디서 '맹활약'

뉴빌리티의 주력 시장은 실외 순찰·배달로봇이다. 가치를 알아본 투자주체들로부터 현재까지 296억원의 투자를 유치해냈다. 대표 투자자는 SKT와 IMM인베스트먼트다.

이들은 아주대학교, 강원대학교, 부경대학교 등 국내 대학, 잠실 리센츠, 서초 레미안 등 아파트 단지 등에서 실외 순찰로봇을 서비스 중이다. 작년 12월 SKT, SK쉴더스와 함께 인천 송도에서 순찰로봇을 운영한 바 있다.

배달 로봇도 선보였다.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 캠핑장에 로봇을 도입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요기요와 협력, 도심지 로봇 배달 서비스를 이달부터 연말까지 진행한다. 롯데이노베이트와 공장단지 안전을 확인하는 '두루아이'도 9월 정식 출시한다.

강 부대표는 "네옴 프로젝트는 전사적 프로젝트로, 사업이 더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우디 현지에는 네옴의 첨단산업단지 '옥사곤'을 만들기 위한 베이스캠프와 단지들이 많다. 여기에 작년 11월부터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면서 "200개 캐빈(cabin) 규모로 실증했는데 이를 확대하고 있으며 4월까지가 원래 실증기간이었는데 계약 연장을 요청받았다"고 했다.

'고객'에 초점을 맞춘 결과물이다. 뉴빌리티는 고객의 목소리를 다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개발 과정에서 제품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로봇 외형부터 사용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SW까지 의견을 내놓으면 뉴빌리티는 이를 최대한 로봇에 담아낸다. 네옴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들이 배달을 시키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도 갖췄다. 뉴빌리티는 로봇 관제도 운영하면서 실시간으로 로봇의 자율주행을 제어하고 있다.

◇실내로 사업 확장...하반기 차세대 '뉴비 2.0' 출격

뉴빌리티는 고객 경험을 더욱 혁신하기 위해 차세대 로봇 '뉴비 2.0'을 개발 중이다. 로봇은 기술 방식에 따라 '실내'와 '실외'가 구분돼 있는데 '뉴비 2.0'은 비주얼 슬램(Visual Slam) 기술을 적용, 실내외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되고 있다.

비주얼 슬램은 카메라를 사용해 로봇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를 추정함과 동시에 주변 환경 지도를 생성하는 기술로, 주로 자울주행 차량, 드론, 로봇 청소기 등에서 활용된다. 뉴빌리티는 이 기술로 로봇의 실외 주행을 구현했다. 주행을 할수록 쌓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더욱 고도화, 사람과 충돌하지 않고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도록 설계했다.

강 부대표는 "뉴빌리티의 로봇은 '실외 로봇'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실외 로봇만으로는 사업성이나 서비스 범용성에 한계가 있다"며 "실외나 실내만 해서는 한계점이 명확한 만큼 실내외를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 올해 연구개발(R&D) 목표를 '실내외 통합'으로 세웠다"고 설명했다.

뉴빌리티는 실내를 잘하기 위해서는 수평 이동보다 수직 이동이 중요하다고 했다. 수직이 구현되지 않으면 층마다 로봇을 설치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뉴비 2.0는 실내에서 더욱 잘 쓸 수 있도록 상단 카메라를 추가했다. 층 수를 파악할 수 있는 'Z축' 구현을 위한 기술도 적용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와 함께 실증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뉴빌리티 중장기 키워드는'범용성'과 '로봇 전용 AI'

뉴빌리티는 올해부터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범용성과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에 집중,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낸다. 비주얼 슬램 기술로 로봇이 돌아다닌 지역의 지도를 만들어 아파트 단지를 비롯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신뢰성과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도심지는 다양한 요소로 인해 로봇이 GPS 정보를 정확하게 받기 어려운데 데이터 기반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솔루션을 바탕으로 자율주행을 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에 최적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로봇에게도 AI가 필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순찰 로봇이 싸움을 감지하려면 기존의 탐지 모델로는 어려운데, 비전 AI 모델을 도입해 로봇에게 눈을 만들어주면 싸움이 벌어지는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뉴빌리티는 누적된 데이터와 인프라를 활용, 로봇을 제작하고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전 영역에 AI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을 활용하면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실제 데이터와 가상의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이 시뮬레이션을 해보거나 통합 관리할 수 있다.

강 부대표는 "차량을 이용해 획득한 데이터나 항공 사진은 로봇의 실외 학습에 어울리지 않다 보니 로봇에 맞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비주얼 슬램으로 쌓은 데이터를 이용해 실내외 가상 데이터를 만들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성 월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뉴빌리티는 내년까지 도심지에 로봇을 정착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강 부대표는 "올해 2월 관련 인증을 받으면서 도심지 사업을 합법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면서 "국내의 경우 요기요와 협업하는 도심지 배달 서비스에 30대 로봇을 투입한다. 인천 송도라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존 사업을 확장하고 신규 상품을 잘 정착시키는 동시에 내년부터 미국, 일본, 사우디를 중심으로 글로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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