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성행위 정당화”…안창호에게 차별금지법이란 그것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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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도덕과 윤리가 무너질 수 있다. (중략) 가족 간 하물며 부모-자식 간 성적 행위, 소아성애, 짐승과의 성행위 등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 이는 행복의 원천이자 사회의 기초 단위인 가정을 파괴하고 (중략) 인류를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지난해 7월 출간된 도서 ‘신학자, 법률가, 의학자 16인이 본 동성애 진단과 대응 전략’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가 쓴 글이다. 권위 있는 법조인으로서 동성애를 죄악으로 보고 성 소수자에 낙인을 찍는 과거 발언이 끝없이 드러나면서 “인권위가 발간한 자료에 비춰봐도 인권위가 제동을 걸 인물이지 인권위의 리더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인권위가 펴낸 ‘혐오표현 리포트’에 따르면 안 후보자의 말들은 대부분 혐오표현이다. 가령 “성이나 성별에 기하여, 혹은 그 사람의 성적 범주를 열등하거나 근본적으로 축소시키는 방식으로 사람을 멸시하는 표현”(유럽평의회 성평등전략)이나 “어떤 개인·집단에 대하여 그들이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속성을 가졌다는 이유로 그들을 차별·혐오하거나 차별·적의·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인권위 연구보고서)은 혐오표현으로 정의된다. 이는 최영애 인권위원장 재임 당시 학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혐오표현의 개념과 유형, 해악과 대응방법, 규제 관련 국외 입법례 등을 정리한 결과다.
‘혐오표현 리포트’의 관점에서 보자면 안 후보자가 공저자로 참여한 ‘신학자, 법률가, 의학자…’는 혐오표현을 가득 모은 책이다. 안 후보자는 이 책의 ‘차별금지법과 기본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인류가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부모-자식 간 성행위와 수간마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안 후보자는 이어 “성별로 구별된 화장실이나 목욕탕의 이용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다. 강간 또는 강제추행 의사를 가진 남성이 여성 화장실 부근을 서성이다 발각되면 여성이라며 책임을 면하려 할 수 있고,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적 충동으로 인한 성범죄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고 “방송이나 소셜미디어,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 학교와 공적 시설에서 김정은과 주체사상을 비판하거나 ‘빨갱이’라 표현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될 경우 마치 사회가 윤리적으로 타락할 것처럼 묘사한 안 후보자의 논거는 성경이다. 안 후보자는 “차별금지법이 동성혼을 전제로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면서 이는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세기 2장 24절),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몸이 될지니라”(마가복음 10장 6~8절)라는 성경과 배치된다고 말한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1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동성 성관계가 비정상이고 비도덕이라는 보수 개신교계의 주장은 성경에서 출발한다. 국가정책이나 인권의 기준이 성경, 즉 특정 종교의 교리를 바탕으로 판단되는 것이 옳은가. 기독교적 주장을 마치 보편적인 사실이나 도덕관념인 것처럼 포장하는 잘못된 주장”이라고 말했다.
장 집행위원장은 또 “부모와 자식 간의 성관계, 수간 등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수없이 많은 팩트체크 보도들이 있었고 이제 그런 질문에 일일이 논박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한다”며 “안 후보자 때문에 논의들이 다시 옛날처럼 반복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헌법상 평등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으로, 2007년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이래 국회에서 계속 발의되고 있다. 보수 기독교 교단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반대를 주로 반대해 왔다.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규정한 인권위법 2조 3호에는 19가지 차별 사유 중 성적 지향이 포함돼 있는데, 차별금지법은 이 조항을 더욱 구체화한 법률이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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