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체조 동메달 딴 네도로시크…그들에겐 시각 말고 특별한 감각이 있다.

김세훈 기자 2024. 8. 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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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남자 체조 스티븐 네도로시크가 동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AP



시각을 뛰어넘는 육감(sixth sense)?

파리올림픽 남자 체조 안마 결승에 나선 스티븐 네도로시크는 기구에 오르기 전 안경을 벗었다. 연기를 마친 그는 매트에 두 발을 똑바로 착지하며 파리올림픽에서 두 번째 동메달을 따냈다. 네도로시크는 “안마는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의 중심이 어떻게 회전하는지 느낄 수 있다”며 “보지 않아도 내가 무엇을 하는지 느낌으로 안다”고 말했다. 네도로시크는 선천적으로 사시, 결손증을 갖고 있다. 시각 능력이 떨어지고 빛에 민감하다. 때문에 그는 안경을 써야 하고 운전면허도 취득할 수 없다.

아일랜드 수영 다니엘 위펜. AFP



아일랜드 수영 다니엘 위펜(Daniel Wiffen)은 800m 자유형에서 안경을 벗고 금메달을 따냈다. 미국 남자 골볼 대표팀 타일러 메렌(Tyler Merren)과 같은 패럴림픽 선수들은 부분적으로 또는 완전히 시력을 잃었다. 메렌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고 나중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게 된다. 메렌은 “코트에 있을 때는 동료와의 간격과 공의 위치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진다”고 말했다. CNN은 최근 “시력이 나쁜 선수들이 여섯 번째 감각으로 플레이하고 있다”며 뇌과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다.

소아 안과 전문의로 미국안과학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루파 웡 박사는 “시각 장애 운동선수들은 신경 가소성을 통해 장애를 보완한다”고 말했다. 신경가소성은 뇌가 가용성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는 채널을 변경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윙 박사는 “시각이 손상돼도 뇌의 유연성으로 보완할 수 있다”며 “뇌는 특히 어릴 때 계속 변화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여섯번째 감각으로 불리는 게 고유 감각(proprioception)이다. 특정 공간에서 신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와 엑스마르세유 대학교 운동 심리학 및 신경과학 연구자 파브리스 사를레나 박사는 “우리는 다섯 가지 감각만 가지고 자랐고, 시각이 지배적인 감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런 생각은 2000년 전 얘기다. 지금은 다섯 가지가 넘는 감각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조 선수가 공중에서 회전하며 바를 잡을 때, 수영 선수가 랩 끝에서 방향을 바꿀 때, 골볼 선수가 공을 던질 때, 이들은 시각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정확한 동작을 수행한다. 이때 사용하는게 고유 감각”이라고 설명했다. 웡 박사는 “뛰어난 운동 선수는 성과를 내기 위해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라며 “다른 감각을 활용하여 보상하는 걸 보면 놀랍다”고 말했다.

시력을 거의 잃은 패럴림픽 선수들에게는 다른 감각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골볼은 1946년 제2차 세계 대전 중 시력을 잃은 참전 용사들을 재활시키기 위해 고안됐다. 공에는 방울이 들어있고, 바닥에는 촉각 테이프가 있어 선수들이 청각과 촉각을 통해 공과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모든 선수는 시력이 10% 이하인 법적으로 시각장애인이어야 하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선수들은 모두 안대를 착용한다. 시각 장애 선수들은 물리적으로는 볼 수 없지만 뇌 속에서는 이미지를 시각화한다. 메렌은 “‘여섯 번째 감각’을 활용해 동료들과 소통하고 전략을 세운다”며 “우리는 머릿 속에 게임 이미지를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적 요소를 제거해도 운동선수는 여전히 온전하다”며 “수년 동안 훈련을 통해 뇌로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체조선수 네도로시크도 시각화를 연습한다. 네도로시크는 경기에서는 안경을 벗고도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다. 그의 별명은 영화 슈퍼맨 주연 이름을 따서 ‘클락 켄트’다. 네도로시크는 “루틴을 시작할 때부터 끝까지 뇌로 시각화한다”고 말했다. 사를레나 박사는 “눈을 감으면 몸이 어떻게 움직이길 원하는지 정확히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사시였다. CNN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천재성 배경 중 하나가 사시”라며 “이 화가가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고 평면에 3차원 객체를 정확하게 묘사한 이유”라고 전했다. 웡 박사는 “초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선수들은 시각 장애가 그들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장애를 갖고도 올림픽 선수가 될 수 있다”며 “한계는 그들이 스스로 설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메렌은 “패럴림픽 선수와 비장애인 선수는 아무 차이도 없다”며 “단지 장애가 있을 뿐, 사고방식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웡 박사는 시각 장애 치료 방법이 발전함에 따라, 유전자 치료와 같은 새로운 방식이 환자들이 스포츠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각 장애 아동들이 현재 올림픽 선수들이 도달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는 세상이 더 활짝 열릴 것”이라며 “그들이 올림픽 선수가 되는 도전을 이어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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