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오케스트라 악장 4명이 서울로 온 까닭

8월16일~9월2일 힉 엣 눙크 페스티벌서
30돌 세종솔로이스츠 출신 악장 4명 공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악장 4명이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 30돌을 기념해 서울에 모였다. 왼쪽부터 대니얼 조 함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강경원 세종 솔로이스츠 총감독, 데이비드 챈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악장, 프랭크 황 뉴욕 필하모닉 악장.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악장 4명이 서울로 출동했다. 뉴욕 필하모닉의 프랭크 황(45),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메트)의 데이비드 챈(51), 독일 함부르크 필하모닉의 대니얼 조(31), 캐나다 몬트리올 심포니의 앤드류 완(41)이 그들. 악장은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다음으로 중요한 직책이다. 지휘자가 담임이라면 악장은 반장이고, 축구에 비유하면 감독과 주장의 관계와 비슷하다.

이들의 서울 행차는 오는 16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여는 ‘힉 엣 눙크’(Hic et Nunc∙여기 그리고 지금)’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창립 30돌을 맞은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7년째 열고 있는 클래식 음악축제다. 이들 4명의 바이올리니스트 모두 한때 세종솔로이스츠에 몸담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14일 간담회에서 프랭크 황은 “단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민주적으로 진행하는 세종솔로이스츠의 리허설 방식을 뉴욕필에 적용해 많은 도움이 됐다”고 소개했다.

1994년 출범해 올해로 30돌을 맞은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 지난해 공연 장면. 세종솔로이스츠 제공

이들 가운데 3명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대니얼 조는 부모가 한국인이고, 프랭크 황과 데이비드 챈은 아내가 한국계다. 프랭크 황은 “셀 수없이 많이 한국에 왔다. 한국이 문화적으로 친밀하고 집처럼 편안하다”고 했다. 데이비드 챈도 “올여름만 메트 내한 공연까지 벌써 세번째 한국에 왔다. 집에서 아이들도 한국어로 말하고 매주 한인교회 사람들이 집에 오기도 한다”며 웃었다. 대니얼 조는 “세살부터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자랐다”고 유창한 한국어로 말했다.

이들은 오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네 명의 악장들(Four Concertmasters)’이란 이름으로 공연한다. 전반부에서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인 작곡가 토드 마코버의 신작 ‘플로우 심포니’를 세계 초연한다. 강물 소리를 녹음한 음원과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실험적 작품이다. 후반부엔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인 작곡가 김택수(44)의 ‘네대의 바이올린과 타악기를 위한 협주곡 위드(with)/아웃(out)’을 아시아 초연한다.

세종솔로이스츠는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과 예일대에서 많은 제자를 배출한 바이올리니스트 강효(79) 교수가 1994년 한국과 미국 등 8개국 출신 연주자를 모아 창설한 실내악단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120개 이상 도시에서 700회 넘는 공연을 했다. 타카치 4중주단의 한국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도 멤버였다. 그는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공연 후반부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백주영, 첼리스트 송영훈, 비올리스트 김상진 등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강효 교수의 부인 강경원 세종 솔로이스츠 총감독은 “시작하는 건 쉽지만 지속하는 건 정말 어렵더라”며 “젊은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를 경험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신곡 위촉 등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