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벽 400건 허문 대한상의
㈜에이아이포펫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눈, 피부 등 건강을 비대면으로 관리하는 앱을 개발했다. CES에서 혁신상을 2년 연속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수의사법상 비대면 진료가 불가능해 출시가 어려웠다. 국조실, 과기정통부, 농식품부, 대한상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회를 구성, 킥오프 회의를 시작으로 3개월간 6차례의 협의를 진행했고, 작년 6월 갈등해결형 규제샌드박스 1호 과제로 규제특례가 승인됐다.
자율주행로봇이 사람이 다니는 보행로를 함께 다닐 수 있게 됐다. ㈜뉴빌리티는 2021년 9월 규제특례를 승인받아 실증을 진행한 이후 3년 만에 규제가 완전히 해소됐다. 작년 3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시작으로 같은 해 4월, 5월 각각 도로교통법, 지능형로봇법 개정으로 보행안전법 규제가 해소됐다. 올해엔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문턱이 사라졌고 뉴비는 실외이동로봇 운행안전인증을 최초로 받게 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출범 이후 1500여일을 운영하며 규제특례 누적승인건수가 400건을 돌파했다고 15일 밝혔다.
2020년 5월 출범한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는 국내 유일의 민간 규제샌드박스 지원기관이다. 기업의 접근성 향상·밀착 지원을 위해 기업 전담 1:1 컨설팅으로 상담부터 규제특례 승인까지 원스톱으로 기업을 지원해 규제에 막힌 혁신기업에 신산업 '기회의 문'을 제공하며 규제샌드박스 통합창구의 역할을 해왔다.
지난 4년여간 규제특례 승인건수는 매년 증가해 2020년 51건을 시작으로 2021년 86건, 2022년 103건, 2023년 116건을 지원했다. 올해 7월말까지 규제특례 승인건수 49건을 포함해 누적승인건수는 총 405건(2024년 7월 기준)에 달한다. 이는 전체 부처와 공공지원기관을 포함한 규제특례 승인건수의 32%에 해당하며 매주 2건의 규제특례 승인을 지원한 셈이다.
그동안 규제특례 승인을 받은 기업들은 시장출시를 통해 1700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았고 매출이 5100억원 증가했으며, 5300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효과도 컸다.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지원한 규제특례 승인과제를 유형별로 살펴보면 실증특례 344건, 임시허가 43건, 적극해석 18건으로 실증특례가 85%의 비중을 차지했다.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신기술 서비스의 사업성을 테스트하고 안전성을 검증하는 규제샌드박스의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업규모별로는 중소기업 276건, 중견기업 48건, 대기업 72건으로 중소기업이 68%, 대기업이 18%를 차지했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지원센터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혁신기업의 든든한 지원군의 역할을 다했다.
부처별 규제특례 승인건수를 살펴보면 식약처 122건, 국토부 86건, 복지부 62건, 산업부 51건, 농림부 29건, 행안부 26건, 개보위 24건 순이다. 식약처는 반려동물 동반출입 음식점과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 국토부는 자율주행로봇과 도심형 스마트 보관 서비스, 복지부는 공유미용실 서비스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등 국민 편익을 증대하는 서비스에 대한 특례승인이 많았다.
하나의 과제에 가장 많은 부처의 규제가 관련된 '다부처·다규제' 특례승인 과제는 '자율주행 배달로봇'으로 나타났다. 경찰청(도로교통법), 개보위(개인정보보호법), 행안부(보행안전법), 국토부(공원녹지법) 등 4개의 규제특례를 받았다.
동일한 과제에 가장 많은 기업이 특례승인을 받은 '최다승인'과제는 '개인맞춤형 건강기능식품 서비스'가 꼽혔다. 31개 기업이 특례승인을 받은 과제로 국민 건강에 대한 관심도와 사업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규제특례 승인까지 어려움이 많았던 '이해갈등' 과제로는 'AI 활용 반려동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가 있다.
지원센터는 규제샌드박스 승인사례로 본 주요 신산업 키워드로 '공유경제', '탄소중립', '반려동물', '헬스케어', '정보통신', '인공지능' 등을 꼽았다.
최 팀장은 "키워드로 선정된 분야는 규제가 많음과 동시에 사업 기회도 많은 분야로, 신산업 육성·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해소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대한상의 규제샌드박스 승인과제 405 건 중 84건은 특례기간 중 법령이 선제적으로 정비돼 정식 사업이 가능해졌다. 4개 법령의 규제특례를 받은 다규제 과제였던 자율주행로봇도 올해 4월 공원녹지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관련 법령들의 정비가 일단락됐다.
올해로 규제샌드박스 시행 4년이 넘어감에 따라 특례기간이 만료되는 과제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한상의 샌드박스 지원센터는 특례기간 만료가 예정된 과제들은 집중 점검·관리하고 부처에 법령정비를 적극 건의할 예정이다.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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