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 각료 야스쿠니 참배에 “진정한 반성이 미래지향 한-일관계 토대”

방위상 참배에는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 초치 항의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가운데)이 일본의 제2차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기 위해 신사에 도착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정부가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각료들이 2차 대전 에이(A)급 전범이 합사된 일본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료를 내거나 참배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외교부는 특히 일본의 안보책임자인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이 직접 참배한 데 대해,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전쟁을 미화하고 전쟁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료를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 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논평은 이어 “정부는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지난 2021년 10월 취임한 후 해마다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하거나 일본 각료가 참배하면 대변인 논평을 내어 대응해왔다. 이날 논평엔 예년과 비교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발전의 중요한 토대”를 강조하는 대목이 추가됐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과 별도로 기하라 방위상의 참배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일본의 방위안보 책임자인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라는 시대착오적인 행위에 대해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이는 외국의 침략을 당했던 아픈 역사를 가진 주변국의 이해를 결코 얻을 수 없는 사안임을 명확히 전달하는 바”라고 비판하는 정부 입장을 내놨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김상훈 아태국장이 주한일본대사관 미바에 다이스케 총괄공사를 초치해 이같은 취지로 엄중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기시다 총리는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신사에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특히 현직 각료이자 군사 분야를 책임지는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을 비롯해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등은 직접 야스쿠니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에 내각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20년부터 5년 연속 계속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1868년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을 추모하는 곳인데, 도조 히데키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