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갈라진 광복절 기념행사…광복회·야권 "피로 쓴 역사 못 덮어"(종합)
(서울=뉴스1) 정윤영 구진욱 정지형 기자 = 광복절인 15일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가 결국 '두 쪽'으로 쪼개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식 경축식을 거행했다. 경축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 인사와 파리올림픽 메달리스트, 일부 독립유공자 유족과 주한 외교단 및 사회 각계 대표 등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국권을 침탈당한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민은 참으로 위대한 역사를 써 내려왔다"며 "우리의 광복은 자유를 향한 투쟁의 결실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의 통일 비전과 통일 추진 전략을 우리 국민과 북한 주민, 그리고 국제사회에 선언하고자 한다"고 새로운 '통일 독트린'을 제시하기도 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단체인 광복회 등 56개 독립운동단체연합은 정부 주최 행사에 불참하고 같은 시간 용산구 소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별도의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이 정부 차원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한 것은 처음이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념사에서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다"라며 "최근 진실에 대한 왜곡과 친일사관에 물든 저열한 역사 인식이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데 독립 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광복회는 결코 이 역사적 퇴행과 훼손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최근 왜곡된 역사관이 버젓이 활개 치며, 역사를 허투루 재단하는 인사들이 역사를 다루고 교육하는 자리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라며 "준엄하게 경고한다. 피로 쓰인 역사를 혀로 논하는 역사로 덮을 수는 없으며 자주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투쟁과 헌신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성과를 폄훼하는 일은 국민들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일제 강점기를 합법화하게 되고 독립운동의 역사를 송두리째 부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게 '건국의 아버지'라는 면류관을 씌우기 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건국절이 제정되면) 우리는 실로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라며 "(1945년 해방 이후 48년까지) 나라가 없었다고 한다면 일제의 강점을 규탄할 수도 없고 침략을 물리치는 투쟁도 모두 무의미하고 허망한 일이 된다"라고도 부연했다.
이 회장은 최근 불거진 일련의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이것은 분열의 시작이 아니라 의미를 기리는 진정한 통합의 이정표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한 나라의 역사의식과 정체성이 흔들리면 국가의 기조가 흔들린다"라고도 주장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역시 일제히 정부 주최 경축식에 불참하고 광복회 측의 기념식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야권은 둘로 쪼개진 기념식을 두고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친일 굴종 외교'를 멈추라며 강력히 규탄했다.
박찬대 민주당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이 자행 중인 역사 쿠데타로 독립투쟁의 역사가 부정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라며 "(윤 대통령은) 나라를 통째로 일본과 친일 뉴라이트에 넘기려는 모든 음모를 당장 중단하고, 국민과 순국 선열에게 사죄하라"라고 촉구했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오전 9시쯤 광화문 광장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 대통령을 향해 '조선총독부의 제10대 총독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 대표는 "일제 치하에서 광복된 지 7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일제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친일, 종일, 부일, 숭일분자들이 판을 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광복절 기념행사의 파행과 관련 논란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임명 직후 불거졌다.
광복회는 김 관장이 항일 독립운동 역사를 부정하는 '뉴라이트' 인사라고 비난하며 김 관장의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8일 임명 직후 1945년 8월 15일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논란의 대상이 됐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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