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픽 리뷰] 원작 몰라도 충분히 재밌는,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장민수 기자 2024. 8. 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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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리요코 동명 만화 원작
화려한 무대, 웅장한 음악 돋보여
옥주현, 고은성, 노윤 등 출연
10월 1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MHN스포츠 장민수 기자) '베르사유의 장미'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원작 만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새로운 창작 뮤지컬로서 본다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베르사유의 장미'는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가는 왕실 근위대 장교 오스칼의 이야기를 그린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오스칼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자유와 사랑을 말한다. 

이케다 리요코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1972년 연재 이후 누적 2,000만 부 이상 판매된 히트작이다. 이번 뮤지컬은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한 창작 초연작이며 '벤허', '프랑켄슈타인'을 합작한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 등이 창작진으로 참여했다. 

뮤지컬 팬이라면 짐작할 수 있듯, EMK 작품의 특징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웅장한 무대 세트와 화려한 의상, LED 스크린과 조명을 활용한 영상미까지. 보는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에게 더할 나위 없다. 다만 여러 구성에서 '마리 앙투아네트', '엘리자벳' 등 기존 유럽 시대극 작품들과 톤이 겹치는 부분이 있어 기시감이 들기도 한다.

음악도 다수 EMK 작품이 그렇듯 드라마틱하고 음역대가 높다. 그러나 너무 많은 넘버에 힘을 준 경향이 있다. 주조연 할 것 없이 연달아 고음을 내지르니 듣기 버거워지기도. 몇몇 넘버에서는 조금 힘을 빼는 편이 어땠을까 싶다.

전체 멜로디 구성 자체도 간단한 편은 아니다. 변주가 많아서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는다. 그 부분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음악적 완성도는 높다. 멜로디 역시 꽤 중독성이 강하다.

각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도 음악의 기능은 탁월하다. 오스칼의 여리고도 강직한 내면을 담은 '나 오스칼', 앙드레의 고뇌를 담은 '독잔', 분노와 슬픔을 간직한 베르날의 '세느강의 기억' 등에 감정과 서사를 풍부하게 녹여냈다.

앞서 프레스콜 당시 오스칼 역 옥주현은 "원작 만화를 사랑하고 기대하고 오신 분들은 네 명의 남자와 오스칼의 이야기가 축소돼서 아쉬울 수 있다"라며 "로맨스보다도 진실과 정의, 그것을 찾아가는 인간애가 현실로 다가갈 수 있게 포인트를 뒀다. 앙드레와의 우정, 사랑 속에 성장하는 인간적 과정이 크다"라고 소개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 이번 작품에서는 로맨스 비중이 크지 않다. 앙드레와의 관계 역시 사랑을 깨닫기는 하지만 우정의 비율이 더 크다. 대신 남자의 삶을 강요받은 오스칼의 고뇌, 주체적인 삶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강조됐다.

비극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선택으로, 후회 없는 삶을 살았을 오스칼의 모습이 많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프랑스 혁명을 통해 자유, 정의, 희망에 대한 메시지도 전한다. 오히려 관객 입장에서 공감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를 2시간 30분 무대로 선보이는 만큼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특히 결말로 치닫는 후반부가 급하게 마무리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 

배우들의 역량은 엄청나다. 오스칼 역 옥주현은 5단 고음으로 또 한 번 전율을 선사한다.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간' 오스칼의 중성적인 매력도 제격이다.  성별을 떠나 강인한 마음을 지닌 한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위풍당당 그려냈다. 그 덕에 오스칼의 마지막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앙드레 역 고은성은 생각보다 비중이 적은 캐릭터임에도 확실히 존재감을 보인다. 오스칼을 향한 일편단심, 적절한 유머. 노래 실력도 훌륭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섬세한 연기가 더 돋보인다. 

베르날 역 노윤에 새롭게 빠지는 팬들이 많을 것 같다. 혁명을 이끄는 인물답게 카리스마가 있다. 특유의 풍부한 성량과 파워풀한 보컬이 극장을 단단하게 채워준다. 

뛰어난 원작과 완성도 높은 음악, 무대. 창작 초연작인 만큼 향후 시즌에서는 더 탄탄한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한편 '베르사유의 장미'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오스칼 역  옥주현, 김지우, 정유지, 앙드레 역 이해준, 김성식, 고은성, 베르날 샤틀레 역 박민성, 서영택, 노윤 등이 출연한다.

 

사진=MHN스포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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