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못 치냐, 야구 잘 좀 해"…90억 캡틴 깨웠다, 한화 5강 포기는 없다

김민경 기자 2024. 8. 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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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채은성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채은성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대전, 김민경 기자] "'왜 이렇게 못 치냐, 야구 잘 좀 해'라고 이야기하시죠."

한화 이글스 주장 채은성(34)은 양상문 투수코치와 재회하고 '잘해'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했다. 채은성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한화와 6년 90억원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트렸다. FA 대박에는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뒤따른다. 한화가 거액을 투자했다는 것은 곧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달란 뜻이고, 채은성은 한화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그냥 잘해야 하는 선수가 됐다.

마음처럼만 풀리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채은성은 지난해 137경기에서 타율 0.263(521타수 137안타), 출루율 0.351, 장타율 0.428, 23홈런, 84타점을 기록했다. 못한 시즌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FA 기대치만큼 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채은성은 올해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맞이했는데, 시즌 초반 잔부상에 시달리면서 또 한번 꼬였다. 91경기에서 타율 0.265(344타수 91안타), 출루율 0.329, 장타율 0.471, 17홈런, 7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기 64경기에서는 타율 0.232, 6홈런에 그치면서 고전했는데, 후반기 들어 27경 타율 0.336, 11홈런 맹타를 휘두르면서 팀의 막판 5강 도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채은성이 반등한 시점에 양상문 투수코치가 한화에 새로 합류했다. 양 코치는 채은성이 1군에서 빛을 볼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지도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채은성이 2009년 육성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하고 2014년 처음 1군에서 뛸 기회를 준 감독이 바로 양 코치였다. 양 코치가 LG에서 2014년 5월부터 2017년까지 감독으로 지내고, 또 2018년까지 단장으로 있을 때 채은성은 차근차근 1군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면서 90억원 FA 대박의 발판을 마련했다.

채은성은 본인과 인연이 깊은 양 코치가 팀에 오고 잘하고 있다는 의견에 "우연치 않게 맞아떨어진 것 같긴 한데, 사실 코치님이 계셔서 마음이 편한 것은 맞다. 주장을 하는 데 있어서 편하기도 하다. 때마침 코치님이 오신 순간부터 잘하기 시작하긴 했다"고 답하며 웃었다.

본인과 팀의 성적이 모두 나지 않는 와중에 주장까지 맡아 부담은 더 가중됐으나 도망갈 곳은 없었다. 채은성은 "주장을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다. 사실 힘든 것은 맞는데, 주장을 못 하겠고 급하고 막 여러 가지가 힘들었다. 그런 게 그러면 결국에 또 떠넘기는 거니까. 내가 맡기로 했으면 그래도 내가 안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못 하더라도 내가 다 안고 가야 한다 생각했다. 일단 내게 맡겨주시기도 했지만, 책임이 내게 있는 거니까"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 한화 이글스 채은성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채은성 ⓒ 한화 이글스

고액 FA 계약자이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늘 갖고 뛴다. 채은성은 "부담감이 더 배로 뛰었다. 이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가 아니라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무조건 너는 이 정도 수치는 나와야 돼' 이게 정해지는 것이다. 연봉 협상을 하면서 조금 다른 느낌이더라. 그래서 그만한 기대치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조금 크긴 하다. FA 계약하고 잘하는 형들을 보면 참 대단한 것 같다. 진짜 쉬운 게 아닌데 대단한 것 같다고 매번 느낀다. 지금 올해도 정말 많이 느꼈다"고 했다.

채은성은 일단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채은성은 14일 대전 LG 트윈스전에 5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하면서 9-5 대역전승에 기여했다. 0-4로 뒤진 2회말 LG 새 에이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에게 좌중월 솔로포를 뺏어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3-5로 끌려가던 8회 대거 6점을 뽑으며 역전하는 과정에서는 동점의 발판이 되는 안타를 생산했다. 덕분에 한화는 3연패에서 벗어났다.

채은성은 "같이 포기하지 않고 일단 상황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실책이 많아) 더그아웃 분위기가 안 좋았는데, 점수차가 크지 않아서 그래서 한 점씩 따라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딱 상황이 바뀌더라"고 설명했다.

한화는 시즌 성적 49승58패2무로 9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6연패에 빠진 8위 NC 다이노스와는 0.5경기차에 불과하고, 7위 롯데 자이언츠와도 1경기차다. 중위권 경쟁에 일단 뛰어들면 막판 5강 진입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5위 SSG 랜더스와는 4.5경기차로 벌어져 있으나 추격이 불가능한 거리는 아니다.

채은성이 성적에 만족하려면 팀이 최소한 5강에는 들어야 한다. 한화가 90억원을 투자한 이유기 때문. 채은성은 "올해도 중요할 때 내가 못 했다. 우리 팀이 올라가야 할 때 그 상황에 잘했어야 했는데, 그때 내가 너무 망쳤다. 그래도 지금 끝난 게 아니니까. 일단 끝까지 해봐야 한다. 내 목표는 5강이니까"라고 힘줘 말했다.

▲ 한화 이글스 채은성(왼쪽)이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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