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켄 네스미스 CBO "루닛 스코프, 이미 독보적 우위…연내 새 연구결과 발표"
'루닛 스코프' 사업 총괄…2021년 10월 루닛 합류
"암 연구기관 추가 협력…하반기 새 연구 결과 공개"
회사 주식 매도에 방향성 우려도…"퇴사도 의구심도 아냐, 루닛 성공 위해 최선"
"'루닛 스코프'는 루닛의 성장 전략과 미래 수익성의 초석입니다. 이미 글로벌 바이오마커(생체지표) 경쟁에서 독보적 우위에 있죠. 최근 새로운 암 연구기관과 협력을 진행 중으로 관련 연구 결과를 연내 처음으로 발표할 겁니다."
켄 네스미스 루닛 종양학그룹 CBO(최고사업책임자)는 15일 머니투데이와 온라인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네스미스 CBO의 국내 언론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생명공학 분야에서 15년 넘게 경력을 쌓은 그는 2021년 10월 루닛에 합류, AI(인공지능)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 스코프'(이하 스코프) 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주요 암 연구자들과 협력 중으로 최근 새로운 연구기관과 협력을 시작한 상태"라며 "제품 모델 개발과 주요 임상 등 검증에 중요한 새로운 내용의 연구 결과를 하반기와 내년 처음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루닛이 먹거리로 점찍은 스코프는 AI로 암 환자 조직 슬라이드를 분석,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는 디지털 병리진단 솔루션이다. 암 진단에 뛰어든 경쟁업체는 많지만 AI 기반 바이오마커 영역에선 루닛이 거의 독주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의 스코프 분석 의뢰 건수는 지난해 1008건에서 올해 현재(7월 기준) 5023건으로 급증했다. 루닛이 스코프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파마(대형 제약사)만 따지면 20곳 이상으로 이 중 일부 업체와 하반기 중 동반진단 상용화 계약이 마무리된다.
현재 루닛은 분야별 글로벌 파트너와 종합적인 협업을 진행 중이다. 루닛과 협력하는 기업·기관이 루닛 AI 제품의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연구·임상용으로 사용하려면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CRO(임상수탁기관)·실험실은 물론, 디지털 병리 데이터 관리를 위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와 협력이 중요하다. 네스미스 CBO는 "연구기관과 제약·바이오 기업, 의료기기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체, 임상 실험실 파트너 등과 모든 단계에서 협력하고 있다"며 "추가 파트너십이나 상용 계약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은 어렵지만 향후 몇 달·분기 단위로 주요 글로벌 기업과 협업 소식을 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액체생검 분야 1위인 미국 가던트헬스와 공동 개발한 병리분석 솔루션 '가던트360 티슈넥스트'는 암 치료 시장에서 루닛이 선보인 첫 번째 제품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스미스 CBO는 "가던트헬스에서 제품 판매량을 따로 공개하진 않지만 티슈넥스트는 출시 이후 매출이 지속 성장하고 있다"며 "현재 매출은 주로 미국에서 나오고 있는데, 티슈넥스트의 다른 국가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병리기술 도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루닛은 시장 수요를 확신한다. AI·컴퓨팅 성능 및 데이터 접근성 등 스코프 암 진단의 기반 기술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어서다. 네스미스 CBO는 "공간 전사체· 단백질체 플랫폼 등 신규 플랫폼을 활용, 기존 H&E(헤마톡실린-에오신)과 IHC(면역조직화학) 임상 워크플로(작업흐름)에서 얻는 정보를 확장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점점 더 많은 오픈소스 기초 모델이 발표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AI 바이오마커의 선두주자인 루닛의 사업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2분기 루닛의 매출은 122억3000만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한 173억7000만원이다. 다만 영업손실 규모는 2분기 199억4400만원, 상반기 327억46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 네스미스 CBO는 "종양학·생명과학 분야 기업 다수가 수년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기업 가치는 혁신 가능성과 장기 수익성으로 결정될 것"이라며 "스코프는 글로벌 경쟁 내 독보적 위치에 있다. AI 기반 이미지 분석은 기술·모델 개발과 애플리케이션 검증, 생태계 통합에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지만 꼭 필요한 투자 요소"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루닛 공시에 따르면 네스미스 CBO는 보유주식 중 행사 가능한 물량(2만5000주) 가운데 2만2500주를 최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선 매도 당사자가 스코프 사업 총괄 인물이란 점에서 방향성이 흔들리는 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네스미스 CBO는 "주식 매각은 세금 등 개인 사정 때문이다. 보유한 전체 지분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퇴사 고려도, 회사 방향성이나 재무 성과에 의구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루닛과 루닛 스코프에 대한 확신은 여전히 확고하며 회사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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