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가기 전에 꼭 보세요"…'꿀조합 레시피' 반응 폭발 [김세린의 트렌드랩]
'꿀조합 트렌드'에 주목하는 식품·외식 업계
'뷔페 꿀조합' 화제…애슐리 퀸즈 MZ 방문율 '쑥'
이색 신메뉴 출시·업계 간 장점 살린 협업 사례도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외식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지만 숨 쉴 구멍이 있어요.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음식들이 있기 때문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꿀조합 레시피’로 이슈가 된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만난 한 외식업계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꿀조합은 말 그대로 맛있는 조합을 뜻합니다. 이 관계자는 “꿀조합은 다채롭고 급변하는 취향을 가진 10~30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해 지속적인 소비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고 짚었습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품·외식업계가 꿀조합 협업을 통해 젊은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략하고 나섰습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꿀조합 관련 게시물은 20만건에 달합니다. 유튜브나 틱톡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꿀조합 제품이나 레시피 등을 소개하는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관련 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지난 2월 방송인 신봉선이 유튜브에 소개한 ‘뷔페 꿀조합’ 관련 먹방(먹는 방송)이 그 예시 중 하나입니다. 이런 트렌드를 녹인 업계 간 협업도 늘어나는 분위기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꿀조합 맛집’으로 떠오른 브랜드 중 하나는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입니다. 2021년 1호점을 낸 요아정은 가수 다비치 강민경과 그룹 라이즈의 멤버 성찬 등이 선보인 ‘먹방’이 화제가 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6월 기준 전국 350개로 매장을 확장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요아정의 흥행 비결로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50여 가지가 넘는 토핑을 올려 먹는 조합이 주효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취향 소비’를 중요시하는 젊은 층의 흥미를 유발했다는 평가입니다.
이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꿀조합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며 외식업계도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랜드이츠의 뷔페 레스토랑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유튜버들을 중심으로 ‘나만의 뷔페 꿀조합’, ‘나만의 뷔페 꿀팁’을 소재로 한 콘텐츠들이 다수 업로드되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실제 애슐리퀸즈 샐러드바에는 버거나 타코를 만들 수 있는 빵과 속 재료, 여러 가지 재료가 있는 비빔밥 코너, 디저트 토핑과 초코 퐁듀 등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많다는 평가입니다.
회사는 지난달 4일 ‘꿀조합’에 최적화된 치즈 메뉴들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달 애슐리퀸즈를 방문한 MZ세대 방문율이 전월 대비 약 27% 늘어나는 효과를 봤습니다.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밥에 메인 메뉴를 얹어 덮밥으로 먹거나 사이다에 과일 토핑을 넣어 에이드로 만들어 먹는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시도하시는 고객들이 많다”며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때 기존 메뉴들과 얼마나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꿀조합을 앞세워 더현대서울이나 서울 성수동과 같이 젊은 층 ‘핫플’(명소)에 자리를 잡는 브랜드들도 생겨났습니다. 아사이베리 베이스의 볼과 스무디를 판매하는 글로벌 브랜드 오크베리는 SNS상에서 커스터마이징(조합) 가능한 꿀조합 콘텐츠로 입소문이 나며 지난 5월 7일 더현대서울 스토어에 입점했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오크베리는 이달 8일 현대백화점 중동점에 입점하는 등 주요 백화점을 중심으로 운영 매장을 총 12개까지 늘렸다는 평가입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꿀조합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이디야커피는 꿀조합이 가능한 이색 디저트 재료로 주목받고 있는 ‘미니펄’이 들어간 신제품 음료 4종을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미니펄은 타피오카 펄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와 개구리알 같은 독특한 비주얼, 쫀득한 식감이 특징인데요.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미니펄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과일과 연유 등을 넣어서 만드는 홍콩식 화채가 SNS를 중심으로 주목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며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 차별화된 레시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이번 신제품 출시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랜드 간 장점을 결합한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눈에 띕니다. 한돈 전문 브랜드 도드람은 지난 2일 MZ세대 등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캔 삼겹살 ‘캔돈’과 농심 ‘배홍동’이 협업한 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고품질 삼겹살과 매콤한 배홍동 비빔면의 꿀조합으로 특별한 맛의 조화를 경험할 수 있다고 양사는 소개했는데요. 박광욱 도드람 조합장은 “새롭고 신선한 것에 관심 있고 이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며 “이색적인 경험의 제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 접점을 다양화하면서, 결과적으로 매출을 증대시켜 나가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개인의 취향과 선택을 중시하는 소비 행태가 전반적인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꿀조합’ 메뉴의 흥행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업계 간 협업은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맛을 제공하고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최근엔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젊은 층이 찾는 트렌드는 빠르게 변합니다. ‘왜 이걸 먹고, 찾고, 즐기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젊은 문화. 유통업계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층이 즐기는 것들이 기업 마케팅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여깁니다. 다양한 트렌드를 다루고 연구하는 김세린의 트렌드랩(실험실)에서는 ‘요즘 뜨는 것들’을 소개합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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