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유튜버의 범법 행위, 어떻게 잡나?

이창환 기자 2024. 8. 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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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6주 낙태' 유튜브 채널 운영자 입건
앞서 구글에 정보 요청…'거절' 취지의 답변
구글 측 "적절한 절차에 대한 안내 제공해"
통상 미국 법규·국제 규범·구글정책 등 고려
美법원서 '결정문' 받은 '탈덕수용소'건 주목
[서울=뉴시스]지난달 17일 해당 유튜버가 그동안 올린 동영상이 모두 삭제됐다. 앞서 유튜버 A씨는 지난달 27일 유튜브에 "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을 받았다"며 '낙태 브이로그'를 올렸다. (사진=유튜브 채널 캡처) 2024.07.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최근 유튜버 쯔양을 공갈·협박한 혐의로 이른바 사이버 레커들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유튜버들의 범죄와 범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수사기관의 영향력이 닿기 어려운 영역도 남아 있다. 바로 얼굴을 가리고 신원을 숨긴채 활동하는 유튜버들이다. 최근 형사 입건된 이른바 '36주 낙태 유튜버'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유튜버에 대한 수사가 경찰의 자체 영상 분석 등으로 실마리를 잡아 이어지는 가운데, 유튜브 모회사 구글의 정보 요청 가이드라인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찰은 영상 자체 분석 및 관계 기관 협조로 '36주 차 임신 중단(낙태)' 유튜브 영상 게시자와 병원을 특정·확인하고, 이 유튜버와 병원장을 입건했다.

지난 6월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영상은, '낙태 브이로그' 등 이름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경찰은 같은 해 7월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자료 요청 형식으로 구글에 전달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려 했으나, "법률과 정책에 의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이 유튜버를 특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유튜브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경찰 쪽으로) 정보 공개를 위한 적절한 절차에 대한 안내를 제공했다"며 "구글은 엄격한 절차에 따라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헌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법 집행기관의 중요한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 측에서는 이러한 '적절한 절차'와 관련, 수개월이 걸리는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국제형사사법 공조를 활용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상적으로는 매 사안마다 구굴 측의 수사 협조 여부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과 회사 정책 등에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이번 사건처럼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커뮤니티상에서 나온 콘텐츠가 사법적 사안으로 문제가 확대되거나 번지는 경우는 더이상 드물지 않은 상황이 됐다.

익명을 빌미로 연예인·인플루언서·정치인 등 유명인을 겨냥한 허위 사실을 퍼뜨리거나,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소식과 정보를 공유하는 '가짜뉴스' '악플'(악성 댓글) 사건들이 일반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들 글로벌 기업의 본사와 관련 서버가 해외에 있어 사안마다 정보 요청을 해야 한다는 데 있다. 수사 협조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소요 시간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구글LLC는 미국 외 국가의 정부 기관의 정보 요청과 관련, ▲미국 법규에서의 허용 여부 ▲국제 규범(표현의 자유 및 개인정보 보호 원칙) 충족 여부 ▲구글 정책 충족 여부 등을 고려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 공개 요청 시 적용되는 현지 법규를 묻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준수해달라는 요청도 하고 있다.

구글의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구글 측에 사용자 정보를 요청한 건수는 연도별로 ▲2021년 1만1076건 ▲2022년 7828건 ▲2023년 5476건으로 집계됐다. '기타 법적 요청'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긴급 공개 요청'이 그 뒤를 이었다.

매년 수천건이 넘는 정보 요청이 전달되고 있지만, 수사 기관이 문제 유튜버의 신원을 확보하는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뉴시스] 이소헌 기자 = '탈덕수용소' 운영자가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재판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2024.08.12 honey@newsis.com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 '탈덕수용소' 사례를 주목하는 모양새다. 미국 현지 법원에서 신원 공개와 관련한 결정문을 받아내 유튜버를 특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2년 11월 초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이 유튜버가 아이브(IVE) 멤버 장원영을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렸다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을 맡은 정경석 법무법인 리우 변호사는 미국 현지 소송까지 총 5번의 송사를 거쳐 이 유튜브 채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중대한 사건이 아니며 유튜브코리아 측 협조를 받지 못하면서 '수사 중지' 상태에 빠졌으나, 유튜브 채널 정보 제공과 관련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의 '인용' 결정문을 받아내면서 신원을 확인하고 수사가 재개될 수 있었다는 게 정 변호사의 설명이다.

지난해 5월 미국 법원에 채널 운영자에 대한 신원 공개를 요청하고, 결정문을 토대로 구글로부터 정보를 확인하는 데까지 약 3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정 변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달 13일 "(중대 사건과 관련한) 이런 것들은 수사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수사해서 신원 확인을 위한 절차를 밟는데, 명예훼손이나 모욕 같은 경우 고소를 해도 (유튜브가) 미국 회사이기 때문에 압수수색을 하기도 어렵고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기 때문에 수사하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수사 중지를 시킨다"며 "결국 피해자가 직접 신원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국내 법원을 통해 한국과 미국 간 사법 공조 시스템을 이용하는 절차가 있다. 그런데 그 절차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결과가 좀 (유튜버) 특정에 실패하기도 했다"며 "직접 미국 법원에 하는 게 능동적, 적극적으로 관여·대처할 수 있어 특정하는 게 훨씬 빠르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유튜브 외에도 인스타그램·X(옛 트위터) 등 다른 글로벌 플랫폼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사건 수임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 변호사는 "탈덕수용소 (사건) 이후 익명의 채널에 대한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유사한 소송들이 뒤를 따르고 있다"며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트위터 이런 것들도 지금 하고 있다. 유명인이 아닌 사례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한편 유튜버 탈덕수용소는 장원영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패소,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형사 재판의 경우 인천지법에서 오는 9월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가수 강다니엘의 명예를 훼손한 또 다른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탈덕수용소에게 검찰은 벌금 300만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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