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돌아간 국제결혼 여성 30%, 月 10만원도 못 벌어
현지 월평균 소득 3분의1에 못 미쳐
절반 이상이 한국 국적 자녀 키워
"한국서 교육 받고 취업하길 원해"
"안정적 체류·교육 지원 정책 필요"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이혼, 사별 등으로 한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돌아간 다문화가족 10명 중 3명이 한 달에 1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베트남 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710만동(38만5530원)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이들 절반 이상이 부양해야 할 한국 국적의 자녀도 있어 생계 안정을 위한 우리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자녀는 한국에서 교육 받고 취업하길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여성가족부로부터 입수한 '2023년 베트남 국외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시행된 해당 조사는 한국 남성과 결혼한 결혼이주여성 161명과 그 자녀 1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7세로,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했으나 이혼, 사별, 별거 등으로 베트남으로 돌아왔다. 베트남 북부 하이퐁과 남부 껀터, 빈롱, 허우장, 까마우, 빅리에우 등에 거주 중이다.
베트남 국적 여성과의 결혼은 국내 국제결혼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 중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이 27.6%로 가장 많았다.
다만 조사 결과 한국을 떠난 뒤 이들의 경제상황은 녹록치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이주여성 161명의 월평균 수입을 보면, 22.4%(36명)이 수입이 없다고 답했다. 또 200만동(10만8200원) 미만이라고 답한 이들은 11.2%(18명)이다. 10명 중 3명 꼴인 33.6%가 월평균 10만원 밑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200만~500만동(27만500원)이 43.5%로 가장 많았다. 절반 이상의 소득이 현지 월평균 소득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현재 직업이 없다고 대답한 여성들이 23.4%(37명)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영업 17.1%(27명), 공장근로자(16.5%) 순으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들의 절반 이상인 64.7%(102명)이 부양해야 할 자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1명이 있는 여성이 51.6%로 83명, 2명이 11.2%(18명)였다. 자녀 총 130명의 평균연령은 13세로, 미취학 연령 아동 17명, 학령기 이후 아동은 106명이었다. 한국에서 아빠가 키우고 있다고 답한 7명은 제외됐다.
국적으로 보면 한국 국적이 52.3%(67명), 베트남 국적 27.3%(35명), 이중국적이 20.3%(26명)이었다. 귀환 여성 본인이 직접 키운다고 응답한 비율은 82.4%(103명)이었다.
이들 중 86.8%(92명)이 학교에 정상적으로 다니고 있다고 응답했으나, 나머지 14명은 과거에는 학교에 다녔지만 현재 다니지 않거나, 전혀 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 중 대부분인 11명이 한국 국적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자녀를 키우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의 80.4%(78명)이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받기를 희망하는지 여부'에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이유로는 '교육의 질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42.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한국에서 교육 받을 때 바라는 지원과 관련해서는 '장학금, 등록금 감면'이 47.8%로 가장 높았고 졸업 후 취업연계 지원(36%), 기숙사 지원(35.4%) 순으로 이어졌다.
또 이들 중 대부분인 85.4%(82명)이 자녀가 한국에서 취업하길 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 이유로 '한국의 일자리가 더 좋아서(35.4%)', '이후 한국에서 살게 하고 싶어서(34.8%)' 등을 꼽았다.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으로는 양육비 지원이 44.1%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 밖에도 한국어 학습 지원, 교육비 지원 등이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와 함께 심층면접도 진행됐는데, 베트남에 귀환한 자녀와 양육자를 동시에 인터뷰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인터뷰를 통해 사례 4개를 분석한 결과 양육자들 모두 자녀들이 현지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베트남의 국가 의료보험은 베트남 국적 아동들에게만 적용된다. 또 취학연령이 되면 초등학교에서 가입하는 단체의료보험으로 변경되기 때문에 한국 국적의 아이들은 취학연령 이전에는 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여가부는 본국으로 귀환한 결혼이민자와 그 동반자녀가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2019년부터 체류, 교육, 법률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지난 12일부터 전날(14일)까지 한-베 다문화가족 청소년들을 초청해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여가부의 함께 조사를 진행한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는 실태조사 결과를 두고 이들의 안정적 체류와 교육을 위한 국외다문화가족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아동수당 지급 및 긴급 의료 지원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센터는 "현재 귀환 결혼이주여성은 한국의 아동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한베 자녀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동 수당 지급으로 지금까지 발견되지 못한 귀환여성과 그 자녀들이 발굴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또 "귀환여성과 한·베 자녀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며 "한국 국적의 한·베 자녀의 교육과 진로에 대한 정부 차원의 현실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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