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각료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참배···“침략 반성과 양립 안 돼”
방위상 등 현직 각료는 직접 참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태평양전쟁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또다시 공물을 봉납했다. 현직 각료 인사들과 국회의원들은 직접 참배했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이날 기시다 총리는 도쿄 지요다구의 야스쿠니 신사에서 다마구시(玉串·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기시다 총리는 2021년 취임 이후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하지는 않고 공물을 봉납해왔다.
현직 각료인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등은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찾아 참배했다. 일본 패전일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20년 이후 5년 연속 이어졌다.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등도 참여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추도식 연설에서 일본의 과거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 없이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라고만 밝혔다. 이는 지난해와 같은 표현이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거부감은 일본 현지 내에서 약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일본여론조사회가 지난 6~7월 여론 조사한 결과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해야 한다’는 응답이 65%로 9년 전보다 10%포인트(p) 높아졌다고 도쿄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자위대 간부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데 대해서도 ‘문제없다’는 응답이 61%였다.
기무라 소타 도쿄도립대 교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전후 일본이 국시로 한 침략에 대한 반성과 양립되지 않고 정교분리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많은 시민이 이에 대한 의식이 옅어진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우익 산케이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정치가는 일본을 적대시하는 나라에 대한 배려보다 영령과 유족에 대한 봉사를 우선해 주었으면 한다”며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한 기시다 총리와 각료, 총재 선거 입후보를 뜻한 정치인들은 종전의 날 등 기회에 참배해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에서 벌어진 내전과 일본이 제국주의하에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시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열린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이에 대한 참배는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돼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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