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은 왜, 한 번 거절했던 '행복의 나라'를 했을까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하게 될 작품은 어떻게든 하게 된다. 한 번 거절했지만, 끝내 마음에 남아 부담감을 이겨내고 마침내 또 하나의 인생 연기를 완성했다. ‘행복의 나라’로 그 시대의 야만을 완벽하게 소화해 낸 배우 유재명이다.
지난 14일 개봉되는 영화 ‘행복의 나라’(감독 추창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유재명은 극 중 합수부장 전상두를 연기했다.
‘행복의 나라’는 유재명이 한 번 거절했던 작품이다. 전상두가 우리나라 작품에서 많이 다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 사람들’ 등 여러 작품에서 다룬 10.26 사건과 12.12 사태를 다룬 작품이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전상두라는 인물이 어려웠단다. 유재명은 “전상두가 작품 서사의 중심이라기보다는 박태주(이선균)와 정인후(조정석) 사이에 실존하던 시대의 야만성을 표현하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데 뭔가 안갯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했다.
거절한 뒤에도 ‘행복의 나라’가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고. 거절하고 나서 제법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잔상이 사라지지 않자 시나리오를 다시 들춰봤고, 그때서야 전상두라는 인물이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는 유재명이다.
유재명의 말처럼 전상두는 그 시대의 야만과 부조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정의와 자유보다 불의와 억압이 숨 쉬듯 도처에 만연해 있던 시대, 그 시대를 영화는 전상두라는 인물을 통해 말한다. 이에 유재명은 전상두를 표현하는 것보다 전상두의 역할에 대해 더 집중했다. 유재명은 이에 대해 “이번 작품에서는 뜨겁고 적극적으로 연기해서 전상두를 표현하는 것보다 딜레마에 빠진 인물을 더 딜레마에 빠지게 짓누르는 역할이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전상두라는 캐릭터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 있다. 전상두가 정인후에게 군인의 관등성명과 권력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군부독재의 비뚤어진 신념을 마치 옳은 것인 것 마냥 말하는 전상두에게서 그 시대의 군 권력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권력을 찬탈했는지 여실히 알 수 있다.
이에 대해 유재명은 “실제로 저에게 주어진 분량 중에 가장 긴 대사다.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배역을 정당화해야 한다. 전상두가 하는 말이 밖에서 봤을 때는 비뚤어진 신념으로 보이지만, 그 시대의 권력자들이 가지고 있는 태도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적은 분량이지만 전상두를 잘 표현해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행복의 나라’로 뛰어들었던 유재명이다. 그럼에도 좀처럼 전상두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불안감이 커졌단다. 이에 유재명은 “표현을 많이 하면 할수록 뭔가 지는 싸움 같았다. 제가 전상두를 해서 뭘 얻으려고 했는지 싶을 정도로 왜 한다고 했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에 유재명은 추창민 감독에게 전적으로 기댔다. 유재명이 여러 가지 버전의 연기를 쏟아내면, 추창민 감독이 영화의 흐름에 맞게 테이크를 선택해 지금의 ‘행복의 나라’를 만들었다. 우스개 소리로 연기 버전 별로 작품을 만들면 서로 다른 영화 10편이 나온다고 할 정도로, 유재명은 추창민 감독이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라 믿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비극적인 사건 뒤에 개인이 삶을 소리소문 없이 빼앗기는 이야기는 우리 현대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거대한 역사적 이야기는 다른 작품에서 흥미롭게 잘 소개해줬으니, 소시민의 잃어버린 행복에 대해 생각하시면서 영화를 보시면 우리 영화 만의 매력을 느끼시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시리즈 ‘삼식이 삼촌’부터 최근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 이어 ‘행복의 나라’까지 연달아 작품을 선보이며 숨 쉴 틈 없이 달려가는 유재명이다. 특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과 ‘행복의 나라’에서 연달아 악역을 선보이게 돼 이미지 소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유재명은 “배우는 작품을 해야만 존재하는 사람이지 않나. 그게 소비라고 하면 소비인 거고 아니라면 아닌 것 같다. 저는 모든 작품들이 다 소중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밝혔다.
“대학로에서 젊은 배우들이 저를 알아보고 ‘롤모델’이라고 인사할 때가 있어요. 그렇게 잘생기지도 않고 세련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왜 저를 롤모델이라고 할까 생각해 보면 계속해서 연기를 하는 제 모습 자체가 그분들에게는 되고 싶은 모습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뿌듯합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NEW]
행복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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