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삼성에 2연패…"삼바 분식회계 제재취소 판결에 항소검토"

파리 올림픽 참관 등 유럽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조작(분식회계) 판결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심에서 금융당국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감원은 "판결문이 입수되는 대로 회계 처리 기준 위반 여부 등 세부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할 것이다"면서 "금융위원회에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요구 등 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가치를 29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올려잡았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편법승계를 위한 분식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증선위는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관련 회계 처리를 변경한 건 명백한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해임과 과징금 80억원 제재도 부과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2월 이재용 회장의 분식회계 1심 형사 재판이 이 회장의 승리로 결론난 데 따른 후속 판결로 보인다. 형사재판 1심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 성공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 제약회사인 바이오젠의 콜옵션(살 권리)이 실질적 권리가 돼 지배력 변경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번 행정 심판관련 "판결 주문상 (증선위) 전부 패소이긴 하나 판결 이유 중 재판부가 처분의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본 점, 형사재판 1심과 달리 2015년 지배력 변경은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한 점은 의미가 있다"면서 "자본잠식 회피 수단에 불과해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아니라고 판시해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금감원은 "형사소송과 행정소송은 회계 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쟁점이 공통된다"면서 "이번 판결이 이 회장의 2심 형사소송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