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조정석 "막 캐낸 흙감자 비주얼, 웰메이드 영화라 만족해" [인터뷰M]
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을 만났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사태를 관통하는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변호사 ‘정인후’.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 상황도 스스럼없이 만들어내며 승소하기로 유명한 그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게 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게 된다. ‘박태주’를 대면한 ‘정인후’는 이 재판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직감하지만 예상보다 더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대면하고 분노한다. 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인물이다.
추창민 감독과 그의 작품을 너무 좋아했다는 조정석은 "저에게 기회라 생각해서 선택한 작품"이라며 '행복의 나라'의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는 "특히 영화의 골프장씬이 이 작품을 선택하게 하는데 큰 지분을 차지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인데 그곳에 판타지를 배치해서 정인후가 일갈하게 하는 장면이 너무 시원했고 이런 게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들었다."며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에 매력을 느꼈는지를 이야기했다.
자신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가 코믹, 로코에 많이 치우쳐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는 조정석은 "이런 역할은 저에게 많이 찾아오지 않았다. 어떤 역할이든 갈증은 있지만 못해본 역할에 대한 갈증이 더 크기 마련 아닌가. 진짜 영화적인 영화이고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였다. 법정, 취조실 등 설득해야 하는 장면이 많아서 부담도 있었지만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장면이 많아 너무 좋았다."며 이런 진중하고 진취적인 역할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음을 고백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목마름은 해소되었냐 물어보니 "영화가 너무 잘 만들어져서 조금은 해소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목마르다. 왜냐면 배우로서 갈 길이 머니까"라며 이번 한 번의 웰메이드 영화로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좋은 영화로 필모를 채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10.26 이후 실제로 있었던 재판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고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실존했던 인물이었다. 추창민 감독의 치밀한 작업으로 극 중 대사들도 실제 법정에서 오갔던 말들을 95% 정도 담아냈다고 했는데 유독 조정석이 연기한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는 "레퍼런스가 있는 작품 할 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반대로 가공의 인물이니까 제 생각과 표현이 확실한 창작물이 되는 자유로움도 있다. '박태주'를 변호하는 '정인후'의 전사에 집중하다 보니 새로운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장면도 있더라"며 레퍼런스가 없는 역할을 연기할 때의 장점에 방점을 찍었다.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는 코믹한 부분과 진중한 부분을 동시에 가져갔던 역할이었다. 연기할 때 조심스러웠냐는 질문에 그는 "조심스러움을 없애려고 했다. 시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매번 테이크를 갈 때마다 다양한 버전으로 다른 톤과 느낌으로 연기를 했지만 영화의 기조를 알고 있고 감독님의 톤 앤 매너를 믿으니까 시도하는 걸 주저할 필요가 없었다."며 추창민 감독의 감각을 믿고 자유롭게 연기를 펼쳤음을 알렸다.
작품 속에서 조금 살집이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에 대해 조정석은 "흙감자 같은 모습"이라고 자평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촬영을 마치고 나름대로 휴가도 즐기던 중 테스트 촬영을 했고, 그때 살을 빼고 오겠다고 했더니 추창민 감독이 지금이 너무 좋다고 살을 빼지 말라고 하시더라. 완성된 영화를 보니 왜 살을 빼지 말라고 하셨는지 알겠더라. 79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스타일링과 영상이 더해지 민 진짜 그 당시의 사람 같더라. 갓 캐낸 흙감자 같은 피부톤이라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이야기하시던데, 분장도 어둡게 하고 주근깨 같은 것도 표현하면서 영화의 전반적인 무드에 어울리게 만들어 주셨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영화를 보며 '서울의 봄'을 떠올리는 관객들이 꽤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서울의 봄'은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초 까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아닌가.
조정석은 "'서울의 봄'은 역사의 사건을 재미있게 풀어헤친 느낌이라면 우리 영화는 한 인물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이게 두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10.26에서 12.12 사건을 연결 짓는 시대적 배경의 두 영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러며 "두 영화가 비슷한 시기를 다루고 우리가 다 아는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건 비슷하다. 그래서 '서울의 봄'을 많은 관객들이 찾아봐 주신 게 기분 좋더라. '행복의 나라'는 완전히 색이 다르고 이야기의 중심이 다른 영화이지만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건 기분이 좋았다."며 '서울의 봄'이 흥행할 당시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조정석은 '행복의 나라'에 대해 "너무 만족스럽다. 제 연기가 만족스럽다는 게 아니라 영화의 만듦새가 너무 좋았다. 웰메이드 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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