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KIA 타선, 1위 팀다운 여유도 진득함도 없다... 덮어놓고 달려드니 키움은 오히려 땡큐!
KIA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1만 6000명)에서 키움에 1-2로 역전패했다. 같은 날 2위 LG 트윈스도 한화 이글스에 5-9로 역전패하면서 KIA는 64승 2무 46패로 4경기 차 선두를 유지했다.
이틀 연속 타선이 속 시원히 터지지 않으면서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전날(13일) 경기에서도 7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얻어낸 KIA는 키움에 2-0 신승을 거뒀다. 이날은 상대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맞아 총 5안타로 묶이면서 결국 졌다.
올 시즌 KIA는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불펜 뎁스를 강점으로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했다. 빈타에 시달린 이번 고척 2경기를 포함해도 팀 타율 리그 1위(0.294), 홈런 2위(134개),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친 OPS가 1위(0.818)로 리그 최강 타선임에는 변함이 없다.
8월에 들어서는 팀 타율 리그 10위(0.252), 홈런 10위(5개), OPS 10위(0.669)로 다소 타격 사이클이 팀 전체적으로 떨어져 있다. 그러나 타격 사이클 핑계만 대기에는 게임 플랜도 아쉬운 부분이 많다.
키움은 리그에서도 대표적인 피칭을 공격적으로 하는 팀이다. 어린 투수들의 성장을 위해 큰 거 한 방을 맞더라도 초구는 스트라이크, 몸쪽으로 과감하게 집어넣길 주문한다. 13일 경기에서 신인 김윤하조차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게 가져가면서 유리한 볼 카운트 싸움을 통해 7이닝(97구) 짠물 피칭을 했다. 다음 날(14일) 만난 김윤하는 "난 빠르게 승부하고 범타 처리를 하는 것이 긴 이닝을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도 과감히 넣고 적극적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리그 에이스인 후라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많은 삼진을 잡으려 하기보단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들에게 선택지를 잔뜩 안겨준 다음 타이밍을 빼앗아 범타를 유도한다. 필요할 때는 몸쪽도 과감하게 노리는 적극적인 피칭으로 타자들의 허를 찌른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KIA에는 2회 선제점을 얻은 것 외에도 대량 득점을 할 기회가 많았다. 하지만 그 찬스마다 KIA 타자들은 마치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듯 덮어놓고 달려들었다. 2회 초 1사 1루에서 김태군은 모든 공을 콘택트하다가 3구 삼진을 당했고, 3회 초 2사 1, 3루에서 소크라테스 역시 3구째 공을 건드려 중견수 뜬 공으로 물러났다.
8월 들어 타격이 풀리지 않은 탓에 팀 전체적으로 조급함마저 느껴진다. 이창진은 KIA에서 몇 안 되는 '끈질긴' 타자다. 타석당 투구 수 4.04개(규정 타석 기준 팀 내 2위·1위는 최형우)로 많은 공을 지켜보고 걷어내면서 상대 투수의 진을 빠지게 한다. 하지만 그런 이창진조차 4회 초 1사 1, 3루 찬스에서 헛스윙을 유도하는 후라도의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모두에 반응하며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8개의 공을 골라내며 아쉽게 루킹 삼진을 당한 바로 앞 타석과 딴판이었다.
이창진마저 여유를 잃은 모습을 보이니 후라도와 키움 입장에서는 땡큐였다. 덮어놓고 달려드는 KIA 타자들을 상대로 후라도는 손쉽게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뒤이은 박찬호는 볼 하나도 골라내지 않은 채 3구 삼진으로 물러났고, 5회 초 김도영이 대형 3루타를 쳤음에도 후라도는 1사 3루 위기를 공 5개로 끝냈다. 6회도 공 7개로 마무리됐고 KIA는 뒤늦게 7회부터 참을성을 발휘해봤지만, 이미 키움은 에이스의 호투를 기점으로 흐름을 탄 뒤였다.
KIA 타선의 매력은 적극적인 타격으로 거침없이 몰아치는 데 있었다. 여기에 이창진과 최형우처럼 상황에 맞게 타석에 접근하는 타자들이 더해져 거를 곳 없는 짜임새 있는 타선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최형우가 지난 7일 오른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고 2위권 팀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여유도 진득함도 잃은 모습이다. KIA의 8월 팀 타석당 투구 수는 3.69개로 1위 두산 베어스의 4.05개와 한참 차이 나는 리그 꼴찌다.
타격 사이클이 올라왔을 때는 어떻게 치든 안타가 된다.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타격은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러나 시즌은 길고 타격 사이클은 언젠가 내려오기 마련이다. 어떻게 해도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을 때는 오히려 이러한 접근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올해 KIA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강팀이다. 거기에 주춤할 때마다 2위 팀들도 같이 주춤하는 행운까지 따라주고 있다. KIA 이범호 감독은 지금 당장이 아닌 10~15경기가 남은 시점을 마지막 승부처라고 봤다. KIA 타선이 시즌 끝까지 바닥을 칠 거라 예상하는 사람도 없다. 1위 팀이란 자신감과 언젠가 타격 사이클이 회복한다는 믿음이 있다면 그때까지 조금 더 여유 있고 끈끈한 게임 플랜도 나쁘지 않다.
고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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