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뉴라이트' 반박 못하고 '역사논쟁' 침묵하는 與
與, 친일 논란 반박 대신 "국가기념일 반쪽 안 돼" 비껴가기
'건국절', 보수 내 입장 차…옹호도 비판도 못하는 與 딜레마
연이은 친일 인사 논란, 섣부른 입장 내면 '역풍' 우려
"여당까지 일일이 입장 밝히며 프레임 휘말릴 필요 없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두고 윤석열 정부를 향해 '친일 프레임'을 씌우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식 대응은 김 관장에 대한 적극적인 옹호도 반대도 아니다. 뉴라이트·건국절 논란, 연이은 친일 인사 논란 등을 둘러싼 논쟁에 직접 뛰어들기보다는 야권과 광복회의 기념식 불참으로 인한 광복절 의미 퇴색을 지적하며 비껴가는 양상이다.
이는 김 관장 논란을 옹호하자니 야권의 프레임에서 부담스러운 여론전을 준비해야 하고, 김 관장 비판에 동조하자니 '친일 몰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보수층을 달래야 하는 딜레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주저하지 않는 한동훈 대표가 "여러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상황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독립기념관도 친일" 野 총공세 "인사는 고유 권한" 與는 원론적 대응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은 1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임기 내내 집요하게 친일 행적으로 일관했다"며 "독립기념관은 국민의 피 같은 성금으로 문을 연 곳인데, 독립기념관장까지 친일 세력이 차지했다"고 질타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종찬 광복회장 말씀처럼 '밀정'이 용산을 장악하고 있다"며 "밀정을 임명하는 자가 바로 왕초 밀정"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공동 선언문에서 "신임 독립기념관 관장의 취임 첫 일성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사들 가운데 억울하게 친일로 매도되는 분이 없도록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니, 기가 막힌 일"이라며 "독립기념관의 존재 이유와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런 후안무치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이날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독립기념관을 직접 방문해 김 관장 임명 과정을 공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 야권은 정부 주도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광복회가 주최하는 별도 행사에 참석하겠다고 밝히는 등 '친일' 논란을 두고 전방위 공세에 나서는 상황이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은 김 관장을 둘러싼 논란을 적극 옹호하지도 공감하지도 않는 중립적 입장에 가깝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독립기념관장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독립기념관 내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고 밝혔다.
대신, 국민의힘은 뉴라이트 의혹과 현 정부의 건국절 추진 의사를 문제 삼으며 광복절 행사 불참을 선언한 이종찬 광복회장의 언행을 문제 삼고 있다. 곽 수석대변인은 "광복회장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제시를 넘어 그 뜻을 관철하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또 곽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의 '친일 프레임'에 대해서도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인 국민 갈라치기"라고 하는 등 역사 논쟁에서 비껴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광복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한다면, 국가기념일까지 반쪽 내선 안 된다"며 "광복회와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다"는 원론적 메시지에 집중했다.
보수 내에서도 '뉴라이트' 주장에 이견…중도 이반 우려도
당내 일부 인사가 임시정부 법통을 두고 "1919년에 건국이 됐으면 일제강점기가 딱 9년이다. (…) 이종찬 회장이야말로 일본 극우의 기쁨조 역할을 하고 있다(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 14일 YTN 방송)"고 논란에 참전하고 있지만, 보수 진영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하는 주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건국절을 더 적극 주장해 달라는 지지층도 있지만, 건국절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지지층도 많다"며 "윤 대통령의 말처럼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에 도움도 안 되는 주제인데, 판을 키우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김 관장의 뉴라이트 논란은 대표 사례일 뿐, 지난달 30일 임명된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식민지 근대화론에 입각한 역사 서술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켰던 책 '반일 종족주의'의 공저자이고,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내정자도 "상해임시정부는 건국행위였다고는 할 수 있어도 그 자체가 건국의 완성인 건국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과거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친일 인사 논란의 빌미도 커진 상황이기에, 당이 공식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우는 것은 오히려 독(毒)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보수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극우적 역사관을 가진 사람들이 연이어 발탁되는 것이 문제"라며 "섣부르게 옹호하려다가는 여론이 더 악화될 수 있기에 당은 손을 떼는 편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는 한동훈 대표에게 친일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은 또 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지만, 한 대표가 "여러가지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는 원론적 언급에 머무는 것도 이러한 딜레마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광복절 행사 자체에 "대통령실에서 건국절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에 당까지 건국절에 대해 일일이 입장을 밝히면서 야당 프레임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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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황영찬 기자 techan92@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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