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여당 원내사령탑 추경호 100일…"악조건에 잘 싸웠다"
해병대원 특검법 등 위기 있었지만 결국 방어…민생 입법 최대 과제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16일로 선출 100일을 맞는 국민의힘 '추경호 호(號)'에 대한 원내 의원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악조건 속에서도 잘 싸웠다"였다. 국회 초반부터 거대 야당이 원구성이나 특검 등 입법 드라이브로 거칠게 몰아세우고 있지만, 보수당의 색깔을 잃지 않은 채 소수당으로서 효율적으로 싸웠다는 의견이 많다. 그 과정에서 추경호 원내대표 특유의 유연한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도적 지지로 선출된 정통 관료 출신 원내대표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5월 9일 22대 국회 당선인 총회에서 102명 중 70명의 지지를 얻어 이종배, 송석준 의원을 제치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추 원내대표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은 경제 관료 출신 정치인이다. 오는 16일 선출 100일째를 맞는다.
원내에선 견고한 지지를 받았지만, 외부 환경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22대 국회 초반부터 소수 여당을 몰아세웠다.
첫 위기는 올 6월 원구성 협상이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운영위원장, 2당 법제사법위원장을 가져가는 국회 관례를 깨고 모두 가져가겠다고 선포하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급기야 6월 10일 더불어민주당은 11개 상임위원회를 모두 가져갔다. 그러면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도 가져가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추 대표는 남은 7개 상임위를 가져가기로 결정하며, 사의를 표하고 백령도 잠행을 떠났다. 이후 원내 의원들로부터 "누가 와도 같았을 것"이라는 재신임을 받으며 다시 복귀했다.
그로부터 오래가지 않아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더불어민주당은 그간의 예상대로 해병대원 특검법, 방송4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한 '입법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의석수에 밀린 여당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과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뿐이었다.
실제 국민의힘은 야당의 정쟁 입법을 막기 위해 수차례 필리버스터를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선 모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결과적으로 쟁점 법안을 모두 막았다.
◇巨野, 입법 공세에 거부권 의존 비판에도 "보수정당 색깔 지켰다" 평가 원내에서는 이같은 외부의 악조건 속에서도 추경호 원내대표를 필두로 한 원내대표단이 잘 싸워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당이 민주당에 비해 숫자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나, 내용상으로 밀리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원내 의원들은 소수지만 효율적으로 대처해왔다고 평가한다.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땐 상임위 격인 '정책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여당으로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필리버스터를 주도하며 여론전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주진우 의원은 약 6시간 동안 해병대원 특검법의 부당함을 강조했으며, 박수민 의원은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보수당의 입장을 대중에게 적절히 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 거부권에 의존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간 더 큰 역풍을 맞는다"며 "여당이 할 수 있는 건 모두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22대 국회 들어 초선 의원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당의 전투력이 과거보다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필리버스터를 통해 이같은 우려도 불식시켰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몇 차례 필리버스터를 거치며 국회 상황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상임위에서 싸워야 할 상황이 많을 텐데, 결속력을 강화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특유의 유연한 리더십도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원내 관계자는 "총선에서 패한데다 지금 같이 국회 상황이 혼란스러울 때 오히려 강하게 운영하면 의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다"며 "이런 상황에선 추경호 원내대표 같이 합리적이고 유연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생 입법 최대 과제…원내 필리버스터 '피로감'도 고민
과제도 분명하다. 국회가 문을 연 지 2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여야 합의로 본회의 문턱을 넘은 민생 법안이 전무할 정도로 이번 국회는 역대급 '식물 국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대 야당과 협상을 통해 민생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급선무다.
거대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대항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잦은 필리버스터로 원내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의원총회에선 "4년 내내 필리버스터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최근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논란에 이어 최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을 두고도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서로 입장차를 보이며 당내 '투톱'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자 해병대원 특검법 등 각종 현안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투톱이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도 주요 관심사다.
hy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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