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가 역사·교육·언론 꿰차다니…선열께 부끄러운 광복절 [왜냐면]

한겨레 2024. 8. 15. 07:0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우리 민족에게 8·15 광복절의 정언 명령은 무엇이었을까.

뉴라이트 인사들이 역사와 교육·언론 관련 기관의 수장을 꿰차고 있다.

권력의 심장부는 검사 출신이 차지하고, 역사와 교육·언론의 중심축은 뉴라이트가 포진한 형국이다.

하지만 역사와 교육·언론 관련 기관의 수장을 뉴라이트 계열로 채우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광복회 인천광역시지부 관계자들이 독립기념관장 임명 철회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우리 민족에게 8·15 광복절의 정언 명령은 무엇이었을까. 제헌 헌법 전문에 집약되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 여기서 ‘민주독립국가 재건’이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한다는 뜻이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어용 학자들을 동원하여 임시정부의 법통 대신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절로 삼으려 획책하다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다. ‘48년 건국절’을 고집하는 배경은 친일파의 죄상을 역사에서 면탈시키려는 의도다.

그때의 인물들이 다시 등장했다. 뉴라이트 인사들이 역사와 교육·언론 관련 기관의 수장을 꿰차고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국사편찬위원장, 독립기념관장, 국가교육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등이다. 권력의 심장부는 검사 출신이 차지하고, 역사와 교육·언론의 중심축은 뉴라이트가 포진한 형국이다.

검찰 권력은 그들이 퇴진하면 소진하겠지만 역사와 교육·언론에 대한 오염과 왜곡을 바로 잡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국민의 정신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일제가 대한제국을 병탄하면서 가장 먼저 서둘렀던 것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는 조선사편찬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같은 이치다.

평생 검사만 해온 윤석열 대통령이 정부 요직에 검사 출신들을 앉히는 것은 인재 풀이 없다 보니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사와 교육·언론 관련 기관의 수장을 뉴라이트 계열로 채우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윤석열 정권은 한·미·일 안보협력이라는 구실로 일본에 굴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사법부가 판결한 강제동원 배상금을 일본 기업 대신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해결책으로 택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묵인하고, 최근에는 일본이 나가타현 사도광산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정하는데도 이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사도광산에서 ‘강제노동’을 뺀 것이다.

반면에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운 홍범도 장군 등 독립지사들의 흉상을 철거하려고 시도하고, 3·1절 홍보물에 ‘하얼빈 임시정부’란 엉터리 표현을 사용하고, 외교부가 발간한 ‘2023 일본 개황’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 및 과거사 반성’ 발언 사례를 통째로 삭제했다.

우리 독립운동사는 소홀하거나 냉대하고, 일본에 대해서는 대단히 우호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써 국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독립선열들을 상처 입게 만들었다. 8·15 광복정신과 선열들의 독립정신이 훼손되고 민주공화제가 퇴행했다. 그리고 친일·분단·독재·부패의 변통세력이 득세한다. 서울과 대구에서는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에서 두 차례나 탄핵당한 인물의 기념관과,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장교였고 해방 후에는 남로당 군사책임자였고 4월 혁명 후에는 군사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인물의 동상을 세우겠다고 한다.

역사는 궁극적으로 발전하는 것이지만 때로는 갈지자 행보를 하거나 게걸음을 걷거나 때론 반동으로 치닫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반 역사, 비 지성의 나팔수들이 설친다. 창강 김택영은 중국에서 망명할 때 우리 역사를 쓰면서 말했다. “세상에 역사가 망한 것처럼 슬픈 것 없고, 나라 망한 것은 그다음이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